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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들 Nov 28. 2023

굿바이 마라탕

거기서 후식 아이스크림 못 먹는 건 아쉽네

 아이는 마라탕을 좋아했다. 집밥이 별로면 마라탕이 먹고 싶다고 했다. 아이 성화에 가끔 먹으러 갔다.


 요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마라탕이라고 한다. 과거 떡볶이 위상을 현재 마라탕이 차지했다. 나와 아내는 떡볶이 세대이다. 지금도 좋아한다. 마라탕을 먹어봤지만 역시 떡볶이가 최고다.


 마라탕에 후식으로 탕후루까지 먹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줄여서 ‘마라탕후루’이다. 마라탕 가게에 가면 초등학생들끼리 온 테이블이 눈에 띄었다. 탕후루 가게에서도 그랬다. 떡볶이를 대입해 보니 그럴만했다.


 1주일에 한번 아파트 단지 내에 시장이 열린다. 그곳에서 콜팝을 먹던 아이가 선언했다.


 “ 난 앞으로 마라탕 안 먹을 거야.”


 아이는 얼마 전까지 마라탕 타령을 했었다. 그런 아이가 갑자기 말을 뒤집었다. 이유가 궁금했다.


 “왜 안 먹다는 거야?”

 “기분 나빠서.”


 동네 마라탕 가게에 가면 우선 먹고 싶은 재료를 직접 그릇에 담는다. 카운터에 가져가면 그 재료로 마라탕을 만들어 준다. 담은 중량만큼 계산한다. 기본이 7천 원이다. 7천 원 이상 양은 꼭 담아야 한다. 아이에게 7천 원 양은 많았다. 늘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남은 음식은 내 뱃속으로 들어갔다. 포장도 해봤지만 아이는 결국 안 먹었다. 아이는 적당량을 가게에서 다 먹고 싶었다. 그래야 만족했다. 흡족할 양만 사고 싶었다. 아이는 그렇게 못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난 깜짝 놀랐다. 이토록 논리적이 다니. 콜팝 먹으면서 한 말 치고 치밀했다. 그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했다.


 “친구들이 한 말 듣고 그런 거야?”

 “아니. 내가 생각한 건데.”


 내 편견이 부끄러웠다. 우리 아이를 과소평가했다. 우리 아이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다. 예전부터 차츰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선언했다. 앞으로 행동함으로써 그 생각을 완성시킬 것이다. 완벽했다.


 난 아이에게 칭찬했다. 이런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게 기특했다. 난 이런 깊은 생각이 더 중요하다. 수학이나 영어보다 더.


 아이의 마라탕처럼 살다 보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계속 관심 가지면 이상하다는 말도 한다. 이 반란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남들 하는 대로만 하고 살았다. 그들이 던지는 무의미한 말에 눈치가 보인다. 사고를 멈춘다. 그리고 잊어버린다.


 아이가 지속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현실에 부딪혀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살면 자신을 잃어버린다. 다른 사람에게 좌지우지되기 쉽다. 우리 아이에게만 있는 무엇인가가 있으면 한다.


 아이는 곧 짧은 후회를 했다.


 “거기서 후식 아이스크림 못 먹는 건 아쉽네.”


 아이 같은 발랄함도 있었다. 나같이 진지하지만 않아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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