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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May 24. 2018

당신의 삶에 연루되는 것 - <당신의 부탁>


삶 속에서 겪게 되는 버림받음과 상실의 경험. 실수나 어려움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그 자체로는, 잘못이 아니다. 그로 인한 결핍과 슬픔의 감정이 적대와 분노, 냉소로 분출되고 그것을 '잘못'이 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를 바라보는 타인의 얕고 가벼운 시선일 것이다. 


종욱(윤찬영)의 단짝 친구 주미(서신애)가 자신의 상황과 결정에 불안해하면서도 종욱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지점은, 종욱이 '너 이제 어떡하니?'가 아니라 “'우리' 이제 어떡하지?”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우리"라는 말은 연대의 표식이므로. 완전한 타자의 위치에서 '너'의 현실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의 세계에 포함되어 있음을, 따라서 그 세계는 너 혼자 있는 곳이 아니라 나로 인해 변화될 수도 있는 유동적인 장소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효진(임수정)과 종욱의 관계가 회복되는 계기 또한 마찬가지다. 효진이 종욱을 "무슨 사고라도 칠 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며 바라보는 한, 둘의 관계는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단순히 종욱의 보호자로서가 아니라, 상실의 아픔을 공유하는 동등하고도 독립적인 인격체로 서로를 위치시킬 때에야 비로소 효진은 종욱을 진정으로 도울 수 있고, 그제서야 둘 관계의 실마리도 풀리기 시작한다. 촛불을 밝힌 케이크 앞에서 효진은 남편의 상실을, 종욱은 아빠의 상실을 담담히 애도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하고 저릿한 장면이다. 

 


효진이 하는 일이라면 뭐든 잘못이라고 말하면서도 슬며시 종욱에게 용돈을 쥐어주는 효진의 엄마나, 정신 차리라고 잔소리를 하면서도 항상 효진의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도움을 주는 친구 미란(이상희)도 결국은 이들의 세계에 동참하는 인물들이다. 효진의 무기력함과 피곤함 등이 "마음의 문제"라고 섣불기 말하기보다, 깊고 오래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인내와 능동성, 때로는 내가 뭐라도 되는 양 무언가를 부러 하지 않으려는 수동적인 태도를 갖는 것.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것......!


어렵지만 그것은 타인의 삶에 '우리'가, 그러니까 '당신'의 세계에 '내'가 연루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나'는 쏙 빠진 채로 타인의 문제, 그(녀)의 닫혀있는 세계로 남겨질 때, 그것은 쉬이 '문제아'의 세계, '괴물'의 세계로 치부된다. (소위 말하는 '비행 청소년'들을 보고 그저 혀를 끌끌 차기란 정말 쉬운 일이다!) 


어렵고도 중요한 것은, 그 세계에 나를 연루시키는 것. 닫힌 세계를 찢어내고 그 안으로 들어가 '흔적'이 되는 것. 사실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결국, 변화의 시작은 거기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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