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철없는 영 Apr 24. 2019

질투하지 말고 닮아가기

성장하려면 상대의 부러운 점을 동일화 하자!

간밤에 꿈을 꿨습니다.

꿈속에서도 내내 갈등으로 시달리다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일어나 잠시 아무도 없는 방에 멍하니 앉아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어찌나 서럽고 기운이 빠지는지 꺼억꺼억 한참을 울었더랬죠.


간밤 꿈에 수현이가 나왔습니다.

내 오랜 친구, 그러나 지금은 소식이 끊긴 보고 싶은 대학 친구, 박수현..

대학교 신입생 시절부터 만나 대학 내내 단짝으로 붙어 다니던 친구였죠.  키도 크고, 예쁘고, 공부도 잘해서 친하지만 어딘가 늘 라이벌 경쟁의식을 가지게 했던 그런 친구였죠.


대학을 졸업하고 저는 일찍이 사회로, 결혼으로..

그 친구는 계속적인 학업으로, 유학으로 둘은 점점 멀어지다 급기야는 서른 무렵 소식이 완전히 끊겼습니다.

벌써 한 십 년은 지난 얘기네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내온 세월이 십 년인데, 요즘 문득 자꾸 이 친구가 그리워지는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터놓을 수 없는 말, 부모가 있어도 이해하지 못할 말.. 이 친구라면 무슨 얘기를 내게 들려줬을까.. 아마도 그런 생각들이 그 친구를 그토록 사무치게 그립게 했겠죠. 그 친구만큼 저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사람도 없으니까요. 누군가가 해주는 말이 참 좋은 조언인데 나의 성격과는 거리가 먼 실천방안이고, 또 누군가의 진심 어린 조언은 사실 미안하지만 논리적으로도 이미 틀린(다른이 아니라 정말 틀린) 경우가 많아서 그럴 때면 유독 그 친구가 그리웠습니다.


급기야는 여러 SNS 매체를 뒤져 그 친구를 찾기에 이르렀습니다.

사실 요즘 SNS 계정 하나 없는 사람이 없어 열심히만 찾으면 웬만한 사람 찾기가 가능하거든요. 그러나 이 친구 아직도 정말 열심히 공부만 하는지 도저히 찾을 방법이 없습니다. 미국 서부 쪽으로 유학을 갔다는 마지막 정보를 알고 한인 커뮤니티까지 뒤졌는데 말이죠.


수현이가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수현이와 꿈속에서 또 다투고 말았습니다. 서로 심한 언쟁을 주고받다가 급기야는 그 친구가 저를 죽여버리겠다고 칼을 들어 제게 겨눴죠. 그런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 현실로 잠시 눈을 뜬 저는 북받치는 서러움에 한밤에 혼자 앉아서 꺽꺽 울어댔습니다.


외로워서, 말할 사람이 필요해서 수현이가 보고 싶은 이유도 있겠지만 사실 이 친구를 만나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 친구를 찾고 있습니다.



"수현아, 그땐 내가 참 어렸다. 그래서 사실 속으로 너를 많이 질투했어. 그래서 미워한 적도 많았지.. 정말 미안했어."


나이가 들어 서서히 멀어지기 전, 이미 우리는 단짝 친구였다가 대학 졸업 무렵부터 어느 정도 거리가 생겨버린 사이가 되었습니다. 당시 그 친구가 대학교 내 모 종교 동아리에 심취해 있었는데 수현이가 너무 미웠던 저는 그걸 빌미로 다른 친구들과 수현이의 관계를 이간질했죠. 제 계획대로 친구들은 수현이와 점점 멀어졌습니다. 그 이후로 나머지 친구들은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고 비슷한 노선을 탔지만, 수현이는 공부를 지속하고 해외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완전하게 소식이 끊겨버렸죠.


스무 살이 갓 넘은 20대에는 그런 못된 자존심과 고백들을 할 수가 없었는데 이제 40줄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런 고백도 얼굴을 보며 스스럼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꼭 그 친구를 찾아 이 말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생각해보면 30대를 즈음하여 나보다 잘난 사람을 이유 없이 미워하는 질투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뛰어난 사람이 있으면 그것을 질투하고 깎아내리기보다 배우고 싶어 친해지고 싶었거든요. 그 사람의 좋은 점을 흉내 내다보면 어느새 비슷하게 색깔이 물든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비밀을 알게 되고 나니 터무니없는 질투의 감정이 사라졌던 것 같습니다. 저는 수현이를 만나서 이 고백들을 들려줄 수 있을까요?


생각해보면 수현이에게 저 역시 선의의 경쟁자였을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요. 아직 관계가 나쁘지 않을 때 수현이는 제 결혼식에 얼굴을 나타내지 않았거든요. 대학 내내 옆에 있어 제 친구들 모두가 알았던 남자 친구, 전 그 사람과 졸업 후 모두의 당연한 예상대로 결혼을 했습니다.


"수현아, 근데.. 나 몇 년 전에 그 사람이랑 이혼했어.. 네가 이 사실을 알면 내게 뭐라고 얘기해줄까? 나 지금 그냥 글 쓰면서 근근이 밥만 먹고살아.. 만나도 네게 자랑할 게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너무 보고 싶다 친구야. 혹시나 어디서 이 글을 본다면 내게 연락해 주겠니?"
    


이전 11화 봄은 누구에게나 따뜻할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