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해 보는 건 어때요?
얼마 전 EBS 다큐프라임 <휴식의 기술>을 보았습니다.
해야만 하는 일에 지치고 채인 사람들이 잠시간의 시간 동안 가진 힐링의 시간, 혹은 하고 싶은 일로 인생을 전환한 이야기들..
그중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은 한마디가 있었지요.
일본의 한 시골마을에서 프리랜서 사진가로 일하기 시작한 청년..
그는 북적이는 도심에서 치열하게 직장생활을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서른이 되던 해 번아웃을 경험하고 자신의 인생 연표를 적어봤다고 해요.
서른의 지친 그는 해야만 하는 일의 연장선에 서 있었고 자신이 되고 싶은 미래 모습은 하고 싶은 일의 연장선에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그는 과감하게 용단을 내려 자신이 하고 싶은 일로 전향을 하게 됩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그의 인터뷰하는 모습은 정말 행복해 보였죠.
그리고 그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내가 하는 일과 나의 생활이 거의 일치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괴롭거나 힘들지 않습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 이유..
이제와 어른으로서 어린 나를 돌이켜보면 나는 전형적인 예술인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었습니다. 이것보다 조금 높은, 저것보다 조금 강한 정도가 아니라 한 방향으로만 발달한 기질의 아이였죠. 그러나 당장 생계가 빠듯했던 부모님은 아이들의 재능을 천천히 파악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가난한 집의 장녀로 자란 저는 부모님이 늘 쩔쩔매는 그 '돈'을 벌고 싶었죠. 그래서 대학 전공도, 사회생활도 나의 기질을 철저히 무시한 채 제멋대로 방황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을 해도 행복하지 않고, 저것을 해도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건 매한가지였습니다. 어느새 '나'는 없고 무언가를 위해 부속품이 된 마모된 '그것'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결국 10년을 돌아 철저히 무시하고 버려두었던 나의 기질과 재능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나온 4년의 시간.. 아직 벌이가 넉넉하지도, 하고 싶은 일의 분야에서 인지도가 생기지도 않았지만.. 재미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일본 청년처럼 하고 있는 일과 제 삶이 거의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할 때보다 괴롭거나 힘들지 않습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우울감은 나의 건강한 존재 이유가 명확할 때 조금씩 사그라드는 것 같습니다.
부족한 재정상태가 때론 나를 우울하게 하지만 여전히 꿈을 꿀 수 있다는 열정과 가능성이 당장의 금전적 보상보다 나를 기쁘게 합니다. 나의 자존감을 세우고 나를 성장시킵니다.
누군가에게는 돈도 꿈이 될 수 있습니다. 돈과 다른 꿈들을 구분 지어 경중을 따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 나답게 바로 세울 수 있는 일을 추구하자는 것이지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심리상담을 받았을 때 상담사 선생님도 같은 말을 하더군요.
"이제부턴 하고 싶은 일을 해보세요"
이제부턴..
대체로 우울증으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자신을 억누르고 살아온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자신의 꿈을, 자신의 본모습을 접어두고 해야만 하는 일과 완벽하게 보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지내온 경우가 많죠. 온전히 '나'로 살아도 빡빡한 인생.. 내가 아닌 다른 누구로, 혹은 그 무엇으로 산다면 금세 번아웃을 경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아니니까요.. 내가 아닌 페르소나가 아프고 지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의 인생이 누군가의 그것과 같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살아가는 인간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을 경계로 유한한 시간을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좀 희소하게 살아도 멋진 인생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