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코머핀 Oct 12. 2024

힘들다는 건 대체 뭘까?

어느 날 갑자기 내 눈 왼쪽 아래로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와 있는 걸 보았다. 맙소사! 눈 밑이 이렇게 어두운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자연스러운 노화의 일부가 이제야 보이기 시작한 건가?


하지만 이렇게 외모로 피곤함이 표출된 날은 어김없이 하루가 힘들게 느껴진 날이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면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에너지가 바닥날 때가 있다. 계속 이렇게 주중엔 일을 하고, 주말엔 쉬고 그렇게 또 일주일을 보내고 1년이 지나가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땐 '아니 대체 인간은 왜 긴 시간 살면서 고통을 겪어야 하는 거냐'를 외친다.



살면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하고, 나 스스로 하기도 한다. 학교에서 입시 준비하는 수험생도 힘들고, 대학 졸업 후에 직장을 찾느라고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도 힘들다. 결혼할 짝을 찾아 소개팅을 다니는 것도 힘들고, 가정이 생기면 아이를 키우는 것도 너무 힘들다. 나이가 들며 한 두 군데 아프면, 병을 안고 살아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이렇게 우리는 힘들다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사는데, 대체 힘든 거라는 건 뭘까? 각자 마주한 문제는 다 다른데 쓰는 표현은 아예 똑같다. 언어가 생각을 좌우한다는 말처럼, 혹시 너무 대충 정의하는 바람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계속 말처럼 '힘들게' 사는 건 아닐까?


그래서 나는 힘들다고 생각할 때 이제 그것을 최대한 잘게 쪼개서 내가 그렇게 느끼게 된 상황과 감정을 정의해 보기로 했다.


예를 들면, “회사가기 힘들다”라는 생각대신,

- 잠을 제대로 못 잔 것 같은데 꼭 이런 날 아침 일찍 일정이 있다. 피곤한데 억지로 일어나야 해서 싫다.

- 상사가 내가 한 일에 코멘트를 30개나 달았다. 일이 다 마무리된 줄 알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다시 더 해야 할 생각을 하니 짜증이 난다.

- 말이 너무 많은 동료가 쉴 새 없이 이야기하는 바람에 끊지를 못하고 듣다가 왔다. 내가 해야 할 이야기는 하지 못해서 답답하다.


이렇게 최대한 자세하게 쓰면 큰 장점이 있다: 다음번엔 비슷한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액션플랜" 정도는 보인다는 것. 첫 번째 예시에서는 아침 일정이 있는 날은 최대한 일찍 잠드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 두 번째처럼 타인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경우는 내 행동으로만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짜증이 난 순간 바깥에 10분 바람을 쐬고 온다' 정도의 분노 방지 대책은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나의 힘듦을 자세하게 쓰고 보니 조금 빠져나올 구멍이 보인다. 인생이 덜 힘들어진다!


그래서 이번주의 소원: 힘들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기를. 그러다 보면 아예 없앨 수는 없어도 해결책은 좀 더 보이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