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오늘 점심은 뭐 먹지?"
나: "나도 모르겠는뎅"
우리 집에서 가장 흔하게 오가는 대화다. 주로 집에 있는 우리는 이 결정을 거의 매일 해야 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회사에서 나오는 그 날의 점심메뉴를 먹으면 되었지만, 집에서 매일 먹게 되니 은근히 메뉴선정이 과제처럼 느껴진다. 뭘 먹을지를 정하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울까? 이렇게 단순한 결정도 가끔은 정말로 모르겠다.
먹을 것에서 출발했지만, 점심메뉴 뿐만이 아니다.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내가 원하는 걸 정확히 아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의외로 많은 부분에서 우리는 별 생각없이 주어진 대로 살아간다. 지나다가다 보이는 옷이 괜찮으니 구매하고, 다들 가 보았다는 여행지가 괜찮아 보이니 나도 가고. 남들도 하니 나도 해보는 여러가지 것들.
이 생각이 커진 건 최근에 비슷한 종류의 책 세 권을 보게 되어 그렇기도 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출판된 아래 세 책이다:
더 바이브 - 이하영
더 해빙 - 이서윤 & 홍주연
더 마인드 - 하와이대저택
세 책 모두 다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 진다'와 같은 끌어당김의 법칙을 이야기 하는 책이다. 그러고 보니 책의 제목도 비슷비슷하군. 각자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다른 이야기를 통해 내용을 전달하기는 했지만 공통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내가 현실이라고 여기는 것들은 모두 나의 믿음에서 온 것이다. 믿음을 바꾸면 현실도 바뀐다.
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중요하다
최대한 구체적으로 글과 말로 원하는 것을 정의해야 한다.
유사 서적이 그간에도 많이 있었기에 '내용이 진부하다'는 책 리뷰가 많았지만, 난 한편으론 뻔한 내용이더라도 이런 책을 정기적으로 읽어주는 걸 좋아한다. 일단 너무 잘 알고는 있지만 실천은 어려우니 리마인드를 하고 싶은 마음인데다가, 책을 읽으면서 감정이 동기화 된다고 해야 할까? 특히 더 해빙을 읽으면서는 책에서 강조하는 편안하고 기쁜 마음을 나도 읽으며 함께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책을 읽고 나면 흔히 하게 되는 일 중의 하나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적고 상상하는 것이다. 이런 문구 처럼 말이다:
'나는 20xx년에 100억을 번다'
이런 확언을 일기장에 매일 10번, 100일씩 적는 것을, 나도 해보기도 했고 주변에서 하는 걸 보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 알다시피 저 100억은 100번 적는다고 쉽게 끌어당겨지지 않는다. 그래서 끌어당김의 법칙을 쓸데없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내 생각에 이것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내가 필요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고, 막연하게 가지면 좋은 것들을 대충 써서 그런 것 같다. 나 조차도 내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오늘 뭘 먹고 싶은지도 모르겠는 것처럼)
끌어당김에 대한 나의 해석은 이렇다: 명확한 목표는 사람의 관점을 제대로 세팅해준다. 그러면 그 관점이 평소에는 보이지 않았던 방법을 드러내 주는 것이다. 그 방법을 내가 지속적으로 실천하면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 즉 생각만 한다고 이루어 진다기 보다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차리는 눈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셋 중 하나의 책에서 소개한 간단한 실험이 있다: 길을 걸어가다가 '빨간색을 찾아보자'라고 결심해보자. 눈을 들어 사람들을 보는 순간 금새 빨간색 옷을 입은 사람이나, 빨간 로고가 걸린 가게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명확한 "Goal"이 있으면 우리는 알아서 그것을 찾아가게 설계 되어있다.
마트에 가서도 그렇다. 어느 주말 뭘 사야 할 지 아무런 계획 없이 마트에 들렀다가, 그냥 보이는 것을 이것저것 집어왔다. 이런 경우는 집에 와 냉장고에 재료를 채워 놓고도, '오늘은 또 뭘 먹지'를 계속 고민한다. 그렇지만 오늘은 김밥 만들 재료를 사야겠다 하고 가면 머리 속에 생각해 놓은 김밥을 상상하며, 손쉽게 김밥용 김과 오이, 소세지를 집어오게 된다. 그렇게 김밥이 끌어당겨지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을 정의할 수 있기만 하면 성공의 절반은 이미 이룬거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뜻대로 실행하는 것ㅎㅎ)
이번주의 소원: 원하는 것을 정확히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