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사무실에 갔다가 아주 오랜만에 Scott을 만났다.
Scott과 나, 그리고 Anne, 이렇게 우리 셋은 에반스턴이라는 동네에 산다.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30분 위쪽으로 떨어진 이 동네에 사는 직원은 이렇게 셋 뿐이다. 우리는 15분만 걸어가면 되는 거리에 살기에 가끔 동네에서 만나 점심도 먹고, 출퇴근길 같은 기차를 타고 다니기도 한다.
그러다가 한동안 Scott이 개인 사정이 생겨 사무실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같은 동네에 살지만 우린 전혀 다른 부서에서 일을 하기에 자주 대화를 하는 건 아니었으니 무슨 일이 있나 궁금했지만, 그런가 보다 하고 이내 잊었다. 그리고는 한 달 만에 지난주 사무실에서 마주친 것이었다. 그간 별 일이 없었는지 해서 "Everything's ok?" 하고 물었다.
Scott은 자리를 잡고 앉더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에게는 10살, 8살인 딸 둘이 있는데, 몇 주 전 둘째 딸이 눈에 조금 이상이 있어서 안과에 데려가게 되었다. 안과의사는 이런저런 증상을 체크해보고 하더니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는 큰 병원에서 딸의 뇌종양을 발견했다.
그것이 한 달 전쯤이고, 아직 검사를 진행하며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는 일단 일상에 문제없이 집에서 지내고 있고, 여러 검사 결과를 보고 그다음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해보고 있다고 했다.
"처음의 충격은 조금 지나갔고 지금은 정보 수집 중이야, 괜찮아." 라며 눈물도 한번 보이지 않고 너무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그를 보며 정말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얕은 말로 위로할 수는 없었다. 도움이 되면 뭐라도 해볼 텐데 정말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이것뿐이었다.
"It's all going to be okay. I'll pray"
왜 안 좋은 소식이 이렇게 몰려왔을까 알 수 없지만, 친한 친구 민혜의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심장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지난주에 들었다. 무사히 출산했으려니 하고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큰 수술을 받아야 해서 엄마 품에 있지 못하고 바로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했다.
남편의 오랜 친구 John도 그렇다. 건강한 세 아들이 있는데 지난주에 갑자기 셋째 아들이 다른 증상으로 응급실에 들렀다가 전혀 예상에 없이 뇌수술을 받게 되었다. 병원에서 일주일째 의식도 되찾지 못하고, 깨어나도 가족을 알아볼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단다. 갑자기 닥친 어이가 없는 불행에 눈물을 흘리며 주변에 알리고 기도라도 구하는 마음으로 John은 열흘 내내 페이스북에 아이의 근황을 남기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슬픈 일이 대체 왜 좋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지 알 수도 없고, 내가 나서서 해결해 줄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열심히 해서 잘 되는 일보단, 사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수없이 마주하고 슬퍼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말로 매일 아침 1분을 내서 아이들을 떠올리며 건강을 빨리 되찾고 아이다운 삶을 누리며 성장하기를 바래주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