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대박 어그로다. 요새 봄방학인데 영어 전담이라 심심해서 어그로 좀 끌어봤다.
제목에 적힌 <담임 선생님께 사랑받는 학생과 학부모 되기>같은 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고 부질없는 행동이니 할 필요가 없다. 현재 공교육에서 담임교사라는 사람은 학부모한테 바라는 건 딱 한 가지다.
이상한 민원 '난이도중하' 정도를 하나 말해주겠다. 왜냐면 <이상한 민원>이라고 하면 글을 읽는 사람에 따라 너무 뜬구름 잡는 듯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정부에서 근무할 때 학부모가 새벽 2시경 전화를 했다. 당연히 잠을 자고 있었지만, 깨어나 전화를 받았을 때 부재중은 10통 정도가 이미 걸려왔었다. 화가 난 학부모는 다짜고짜 본인 아이의 휴대폰이 없어진 걸 알고 있냐고 묻는 거다. 새벽 2시에. 나는 몰랐다고 했더니 지금 당장 나와서 아이의 휴대폰을 찾으러 가자는 거다. 내일 찾으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나더러 선생 자질은 있냐며, 사명감도 없는 인간은 당장 그만두라더라. 일단 지금은 나갈 수가 없으니 내일 뵙자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학교를 갔더니, 학생의 엄마와 아빠 둘 다 연구실에 팔짱을 낀 채 인사도 하지 않고 나를 노려보며 자질 이야기부터 모욕까지 하시더라.
새벽 2시에 전화가 온 이유는 이러했다. 휴대폰이 없어진 학생은 방과후 친구들과 노래방을 갔고, 친구 한 명이 휴대폰을 숨겨 본인의 집으로 들고 간 것이다. 휴대폰을 숨긴 친구와는 평소 친했지만 잔잔한 갈등이 있는 사이였다. 휴대폰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이는 부모님이 퇴근했을 친구가 휴대폰을 가져간 것 같다고 펑펑 울었단다. 학부모도 처음에는 아이를 달래주려고 했지만 그동안의 작은 갈등이 터져 나온 건지 새벽까지 울음을 그치지 않고 휴대폰을 당장 찾아와야겠다고 난리였단다. 이에 학부모는 새벽 2시에 담임 선생에게 전화를 걸어 휴대폰을 훔쳐 간 (도둑이라고 했음) 학생의 집으로 같이 가서 참 교육을 해야 하지 않았겠냐고 나에게 따져댄 것이다. 새벽 2시에 참교육을 실천하지 않고 퍼질러 잤던 나는 교사 자질도 없는 사람이라 맹 비난을 했다.
뭐, 이 정도는 사소한. 하지만 자주는 없으니 중하급 정도의 민원이라 하겠다.
갑자기 글 적다가 PTSD 떠올라 괴로운데, 저 학교는 유명을 달리하신 선생님이 계셨던 호원초등학교의 바로 옆 학교였다. 아무튼 가장 바라는 것은 이상한 민원 좀 안 들어왔으면 하는 것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건 나의 경우이고, 글을 적다 보니 옆 반 선생님들은 가끔 학부모께 요구했던 내용들이 있었던 것 같다. 이건 선생님 바이 선생님이지만 몇 가지 추상화시켜 교사들이 바라는 걸 적어볼까 한다.
학기 초는 '개인정보 동의서' 및 '가정환경 조사서'처럼 다양한 유인물을 수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 여유가 있는 것보다는 빨리 수합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걸 절대 안 보내주는 학부모님이 있다. 그럼 학부모가 사인해서 보내주실 때까지 계속 전화를 해야 하는거다. 유인물을 제 때 보내면 담임쌤이 매우 사랑해 주실 것이다.
지각을 자주 하는 학생도 있고, 아침에 씻지 않고 학교를 와 냄새가 나거나 옷차림이 청결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런 부분은 딱히 피해를 주는 부분은 아니지만 선생님으로서 염려가 된다. 왜냐면 저런 학생들이 주로 왕따나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기 때문에 누가 집에서 관리를 못 받고 부모님이 아이에게 무관심한지 안다. 그러니까 본인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제시간에 등교를 하고 단정한 옷차림을 유지하는 것은 좋아 보인다.
쓰다 보니 너무 잔소리 같아 이만 줄인다. 사실 쓰려면 100개 정도 쓸 수 있다.
위에 제시한 내용이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결국 부모님의 학생에게 관심과 사랑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유인물이 계속 늦어져 칠판이나 담임 노트에 이름이 적히는 것. 잦은 지각. 관리받지 못한 옷차림 등은 학생의 자존감에도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초등학교 5-6학년쯤 되었으면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님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교사인 내 입장에서 보면, 키는 훌쩍 자랐을지라도 덩치 큰 아기들이다. 혼자 할 수 있는 건 여전히 부족하며, 한참은 더 관리를 받아야 할 때이다. 바른 습관이 잘 정착될 때까지는 사랑으로 보살펴주길 바란다.
담임선생님께 사랑받는 법이라고 어그로를 끌었지만, 담임선생님께 사랑받을 필요 없다. 일 년간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며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게 오히려 더 좋다. 자주 연락할 필요 전혀 없으며, '우리 아이의 담임선생님께 내가 너무 무관심한가?'라는 생각이 든다면 본인은 담임선생님께 이미 사랑받고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 오히려 많은 관심을 주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부 교육 블로그 쪽에서
이런 주제를 글로 쓰길래 놀란 적이 있다. 심지어 블로그 운영자는 현직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그 선생님은 학생들이 본인에게 예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보다.
저요?
전 누구도 예뻐하거나 미워하지 않습니다. 그게 누구든 일 년 담임선생님이랑 잘 놀다 떠나면 되는 거지. 내가 뭐라고 누굴 예뻐하고 미워합니까. 아, 근데 부모님의 민원이 상상초월이면 인간인지라.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