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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빙스톤 Feb 27. 2024

A는 공작새를 보고 닭이라고 했다

A는 초등학생이다






A 아닙니다. 무료 이미지 사이트에서 퍼옴 




A라는 학생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다른 차원의 세상에 살고 있다. 저이는 어린시절동안 머나먼 타국에서 자아를 생성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차원을 달리하는 생각을 한다. 2022년 5월 5일, 어린이날을 2일 남겨두고 자라나는 새싹같은 A에게 '특이하다'라고 하는 것이 적당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2달간 A를 지켜본 결과 반론없이 특이하다. 특이하다는 것은 특별하다는 것과는 사뭇 다른 의미인지라 A는 득도를 한 고승같기도 하고 갓 태어난 아기같기도 하다. 인생을 13년이나 살았다는 사람치고 묻는 말에 적절한 답변을 한 적은 거의 없다. 



가령 


"왜 숙제를 안했어?"


라고 질문을 하면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이렇게 답한다. 


"요즘 마음이 안 좋아요."



한두번일땐 나도 A의 마음을 달래주려고 노력했으나, A가 복도를 질주하며 웃고 떠들다 선생님한테 혼날때만 마음이 안 좋아진단걸 깨달은 후부턴 "그래서 왜 숙제를 안했냐고."라며 냉정하게 되묻는다. 친구들은 A가 말을 할 때마다 "에휴" "에휴"라는 탄식을 하는데, 똑같이 13년을 살아온 그이들의 눈에도 A가 하는 말은 "에휴"소리가 절로 나오는 듯 하다. A는 친구들이 본인에게 에휴를 하든말든 크게 게의치 않는다. 









학교에는 A의 애완동물이 있는데 옆반에 있는 덩치가 큰 남자학생이다. A도 남자이며, 키가 작고 귀엽게 생겼다. A의 애완동물은 키가 170이 훌쩍넘고 덩치는 내 남편 곰돌이만하며 인상은 사뭇 거칠어 어른이라도 위협을 느낄 체구와 분위기를 풍긴다. 이 무서운 어린이는 작고 귀염상인 A의 애완동물이다. A와 애완동물은 복도에서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A가 애완친구의 후드티 끈을 목줄처럼 길게 잡아당기면 애완동물은 진짜 동물처럼 네발로 기어다닌다. 그리고 학생들이나 선생님이 옆을 지나가면 왈왈왈 짖거나 물려고 하는데, A는 그럴때마다 "우리개는 안 물어요."라고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친절히 설명한다. 나는 이 장면을 보다 A와 애완동물을 불렀다. 



"너네 왜 그러고 있어?"



선생님이 그런 질문을 하는 동안에도 A는 애완동물의 후드티 끈을 잡고 있고 키가 170의 덩치가 곰만한 학생은 네 발로 쭈구려 으르렁 거리고 있었다. 으르렁 거리는 소리는 애완동물 역할을 하는 학생의 풍체와 어우러지며 위협적인 분위기가 났다. 


"왜 이러는거냐고?"


나의 물음에 A는 말했다. 


"선생님"


A의 눈빛은 전에없이 진지했다. 


"이럼 안되나요?"


모르겠다. 근데 A와 애완동물은 좀 웃기다. 


"몰라."


나는 학생들을 보내줬다. 그들은 여전히 학교 복도에서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으르릉 거리고 A는 "우리개는 안 물어요."라고 말한다. 









우린 얼마전 과학관으로 소풍을 갔다. 아이들은 재미없는 과학체험을 잔뜩했고, 점심을 먹은 후 자유시간을 가졌다. 과학관의 널은 공터에는 과학과 전혀 상관없는 공작새 우리가 널찍히 있었는데, 공작새 네마리가 철장안에 갇혀 있었다. 







아이들은 새를 보려고 우리 앞으로 몰려 들었다. A도 우리 앞으로 갔다. 다른 학생들의 증언에 의하면 A는 처음에 공작새 우리 앞에서 공작새처럼 날개짓을 하며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리를 내고 춤을 췄단다. 이 모습이 무척 신기했던 공작새들도 우리 앞으로 와서 A를 구경했다. 자신을 보러온 공작새를 발견한 A는 그들과 더 깊은 교감을 하고자 우리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단다. 



"야. 너 그러다 손가락 물려."



멀쩡한 친구들의 정상적인 조언에도 A는 마치 ET에 빙의하여 손가락으로 공작새와 교감하고자 하였고, 공작새도 A의 텔레파시를 느꼈는지 우리 안으로 왔다갔다하던 A의 손가락을 부리로 쪼았다.



"팍! 팍팍!!"



A는 손가락에 심한 충격을 느끼고선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를 잡고 뒹굴었다. 비명을 지르는 A를 보던 친구들을 그이에게 "에휴"라며 탄식했다. 공작새에게 손가락을 쪼인 A는 땅에 떨어진 돌을 줏어 공작새에게 던지려고 하다 돌 대신 고무줄을 발견하고 우리 안으로 집어 넣었다. A가 고무줄을 집어넣는 동작은 전직 FBI요원이 오랫동안 추적하던 범인을 쫓는 것처럼 신속하고 재빨라 아무도 막을새가 없었다. 공작새는 방금 전 텔레파시를 교환한 A가 노란 고무줄을 던져주자 부리로 쪼아대기 시작했다. 마치 먹으려고 하는 행동 같았다. 



"안돼!!!!!!"



지켜보던 아이들은 비명을 질렀다.



"안돼!!!! 먹지마!!!!!!"



그 장면을 보던 모든 아이들은 고무줄을 먹지 마라며 비명을 질렀지만, 멍청한 공작새는 절친한 친구A가 준 고무줄을 부리로 몇번 쪼더니 꿀떡 삼켜버렸다.



"꺄아악!!!!!"



아이들은 경악했다. 모두가 패닉에 휩싸였다. 



"쌤!!!쌤!!! 공작새가 고무줄을 먹었어요."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날더러 어떻게 하냐고 앞다투어 물어봤는데, 나도 공작새가 고무줄을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길이 없었다. 일부 어린이들은 공작새가 곧 죽을 것이라며 탄식을 하며 슬퍼했고, 리빙이조차 이 상황을 어찌 처리해야 하나 뇌정지가 오는 것 같았다. 이때 A는 말했다.



"저건 공작새가 아닙니다."


"그럼뭔데?"



A는 번뜩이며 말했다. 



"저건 닭입니다."



아이들은 "에휴"라며 탄식했다. 






+ 덧) 사무실로 가서 공작새가 고무줄 먹었고 이상 있으면 연락달라고 한 뒤 나왔습니다. A는 계속 고무줄을 먹은건 닭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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