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은 안 오르고, 피곤하고, 돈은 돈대로…
한번은 우리 동네에서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거꾸로 계단을 올라오는 것이었다. 다칠까 염려도 되었고 애써서 뛰어 올라가도 계속 에스컬레이터는 내려가니 다시 낑낑대며 올라오는 아이들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이 아이들이야 재미 삼아 그런 것이지만, 학교에는 이처럼 힘겹게 ‘거꾸로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것 같은 아이들이 많다. 저녁 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은 수업시간에는 맥을 못 추고 잠에 빠져든다. 중요한 수업내용을 듣지 않으니 성적이 오르지 않고 선생님과의 관계도 좋지 않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타는 것 같아 참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 학원, 과외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혼자 공부하자니 불안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인 것 같다. 학원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남보다 선행을 많이 해야 경쟁에서 이길 것 같고, 남들이 하는 만큼은 해야 하지 않느냐는 불안감 때문이기도 하다. 집공부 방법을 터득하면 사교육에 대한 기존의 자세도 바뀔 수 있다.
집공부를 통해 생각하는 힘과 자기주도력을 갖춘 아이는, 사교육을 하더라도 맹목적으로 의지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필요한 부분에 적절히 활용한다. 부모 입장에선 교육비가 절감되어 좋고, 아이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하지 않아 좋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운 것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소화하여 익숙하게 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방과 후에 저녁 혹은 밤까지 학원을 다니게 되면 자기만의 공부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다. 공부시간이 없으니 성적이 오를 리 없다. 분주히 왔다 갔다 하느라 몸이 피곤하고 돈을 낭비할 뿐 성과가 나지 않는 것이다.
집공부 방법은 학원, 과외 등에 비해 소박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나는 집공부를 집에서 차린 소박한 밥상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매일 밥상을 차리는 것이 번거롭고 힘든 일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외식을 계속하면 비용도 문제이고 자신이 선호하는 것만 계속 먹게 되어 영양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주로 집밥을 먹으면서 때때로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시켜서 먹는 것이다.
학원을 보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학원이 전부인 양 의지하지 않고, 아이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스스로 하는 공부가 중심이고, 학원 등 사교육은 아이가 부족하거나 어려워하는 부분을 거들어주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집공부의 목적은 아이의 생각하는 힘을 키워 성적 향상뿐 아니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얻게 하는 것이다. 부모와 아이 모두 괴로운 타율적인 공부가 아니라 모두가 행복한 자기주도학습을 해야 한다. 아이 스스로 필요성을 인식하고 공부를 계획하여 실천하는 것이다.
집에서 아이의 공부습관을 잡아주자면, 부모 입장에서 약간 부담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공부습관이야말로 학교나 사교육에서 가르쳐주기 힘든 것이다. 어릴 때부터 차근차근 습관을 잡아주면 나중에는 아이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기 때문에 부모도 훨씬 더 수월해진다.
집공부를 할 때는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부모들에게 집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면, 힘들 것 같다고 걱정을 많이 한다. 하지만 일일이 부모가 참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공부 습관을 가이드해주는 것이고, 습관이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켜봐주고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것이라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자꾸 밥상을 차리다 보면 살림 요령이 생기는 것처럼, 집공부도 꾸준히 하다 보면 숙련되고 자기만의 비법이 생기게 된다. 차근차근 시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