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이용해 다양한 경험으로 성장하기-
“네 아들 지금 우리 아파트 앞에서 뭐 하고 있나 와서 봐라.”
한밤중에 갑자기 친구의 전화가 걸려왔다. 우스워 죽겠다는 듯 깔깔거리는 친구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났다. 한겨울 살이 에이는 듯한 추위에 눈까지 쌓인 밤, 우리 아들이 도대체 남의 아파트 앞에서 뭘 하고 있을까?
부랴부랴 달려가 보니 아들이 친구 두 명과 함께 손수레에서 군고구마를 팔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의 눈에 띄지 않게 몰래 숨어서 두리번거렸다. 손수레에 핸드폰 전화번호와 함께 “한 개라도 정성껏 배달해 드립니다.”라고 적어놓은 것을 보니 팔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느껴져서 괜스레 눈물이 났다. 추운 날씨에 얼마나 발이 시린지 세 명이 발을 동동 구르며 불을 쬐고 서 있는 모습을 훔쳐보다 모른 척 슬그머니 집으로 돌아왔다.
나중에 집으로 돌아온 아들에게 왜 고구마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경제 시간에 배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실제로 확인하고 싶었다고 했다. 겨울에는 군고구마를 찾는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 길거리에 군고구마 파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군고구마 장사를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손수레 한 달 임대료 20만 원에 고구마 원가를 제하고 나니 크게 남지는 않은 장사를 했다고 한다.
크게 이익을 남기거나 성공을 하지는 못했지만, 자신들이 궁금한 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열정이 느껴졌다. 시켜서 하는 일이었다면 그 추위를 견디지 못했으리라. 아이들은 한 개라도 정성껏 배달하는 고객 감동의 마인드를 내세웠는데, 정말 한 개만 배달해 달라는 주문이 많이 들어와서 힘들었단다. 왔다 갔다 하는 수고에 비해 수익은 많이 부족했던 경험을 통해 다음에는 수익모델이 더 분명한 일을 해야겠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4차 산업 혁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영향으로 과거 좋은 직업으로 꼽히는 직업들도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한다. 이제는 변화의 속도가 빨라 책으로 배운다고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것과 씨름하게 될 것이다. 미래학자들조차도 변화의 속도가 빨라 5년 뒤도 예측하기 어렵다고들 한다.
이렇게 빠른 변화의 속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문제를 다뤄보고 해결해 보도록 해야 한다. 내가 아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큰 수익이 나지 않은 장사를 하도록 내버려 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공부는 책상 앞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 책 속 지식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직접 몸으로 부딪쳐 배우는 경험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변화를 준비하고 있고, 학교 교육도 큰 틀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오히려 부모님들이 변화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 주변 환경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부모들만 여전히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경험했던 세계를 자꾸 강요하고 싶어 한다. 부모 자신이 아는 방식으로 인도해야 마음이 놓이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과거의 공부 방식을 강요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면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허용해 주는 것이다. 새로운 문제를 여러 번 스스로 해결해 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변화무쌍한 미래가 불안하지 않다.
가정에서부터 내 아이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아이가 관심을 가지고 궁금해하는 일에 함께 관심을 가져주고 호응해 주자. 새로운 경험을 자꾸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어떤 일이든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격려해 주자. 김치도 숙성되어야 맛이 있다. 우리 아이의 ‘시행착오’라는 숙성기간을 응원해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