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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May 25. 2020

신데렐라는 연애의 고수였다?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황인선 작가의 <문화 상상력으로 비상하라>에 나오는 구절이다.      


“여전히 많은 여자들에게 로망인 신데렐라 스토리. 그런데 재투성이 아가씨 신데렐라는 어떻게 왕자의 마음을 잡았을까?  

신데렐라가 무도회에서 왕자에게 전한 것이 무엇이었을지 상상해 보자.

수많은 미녀들이 늘어선 무도회장, 잘 꾸몄거나 세력가 딸인 귀공녀들이 ‘왕자님, 요즘은 내가 대세예요.’  ‘저를 얻으면 우리 가문을 얻은 거예요’라고 유혹할 때 신데렐라는  ‘왕자님, 외로우신 것 같아요.’라고 왕자의 마음을 터치한 후 유리 구두를 남기고 사라진 게 아닐까. 신데렐라가 왕자에게 말했던 ‘당신의 외로움이 보여요’와 같은 정직한 공감, 결합의 마음이 필요하다.”     


나는 작가의 이런 상상력을 만날 때 너무 설레고 즐겁다. 책이 아니고서는 만나기 힘든 생각의 발상. 같은 신데렐라를 읽고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멋지고 예상 못한 상상에 웃음이 난다. 책을 통한 교감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사람은 누구든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진실한 공감이 이루어질 때 마음이 사르르 열리는 것이다.


'정직한 공감, 결합의 마음.'


교감은 그래서 중요하다. 교감을 하는 자체로 위로와 힘을 얻기도 하니, 교감은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를 북돋워주는 음료 같은 느낌이다. 같은 상황을 보고도 다르게 느낄 때 마주 앉아 얘기하는 것이 고역일 때가 있고, 교감 여부에 따라 사람의 호불호가 나뉘기도 한다.

이 상상에 따라 생각해본다면 신데렐라는 공감을 통해 강력한 호감을 얻었고 왕자의 마음을 열리게 했다.

공감은 신데렐라의 울트라 능력이었다.


신데렐라는 구두만 흘리고 온 것이 아니라 마음을 놓고 온 것이다.

구두의 주인을 찾으려는 왕자의 마음은 구두 주인의 마음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예전에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 싶었었는데...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를 들자면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일이 아닐까. '그보다 더 힘든 것은 누군가에게 가서 돌아오지 않는 내 마음'이라는 대사도 예전 드라마에서 들은 기억이 있다.

마음을 몰라주어서, 마음을 상하게 해서, 이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아무리 작은 아이라 할지라도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 때 닭똥 같은 눈물을 한참 동안 흘리게 된다.  마음은 그렇게 그토록 소중한 것이다.

'그랬구나' 한 마디에 마음이 풀리고, '나도 그래' 한 마디에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는 사람은 누구나 공감받기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식을 잃은 사람의 마음은 자식을 잃은 사람만이 위로할 수 있는 것 같다.

아파본 사람만이 같은 처지의 아픔을 가진 사람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

내가 모든 것을 경험해볼 수 없기에, 많은 사람들의 경험이 담긴 책을 읽는다. 

그래서 나는 책을 통해 공감의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살다가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질 때가 오면 나는 시간 속으로 숨는다.

시간 속으로 숨어서 책을 읽으면 그 속에서 만나지는 사람들은 나에게 상처 주지 않으니까.

어느 한 사람 의미 없는 사람이 없고, 어느 한 문장 가치 없는 것이 없게 느껴진다.

모든 글자 사이와 행간에서조차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고 뜻을 생각해보게 된다. 살면서 누군가의 진심에 그렇게 다가가기란 흔치 않은 경험이기에, 나는 책을 통해서 언제까지나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꿈을 꾼다.

역시 누군가도 책을 통해 내게 다가와주면 좋겠다. 그렇게 책을 통해 다시 회복이 되면 나는 그때 다시 세상으로 나온다.


얼마 전 다시 읽게 된 이야기 중에 오헨리의 단편소설 「강도와 신경통」 에는 신경통 치료비를 마련하느라 도둑질을 하는 강도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그런데 강도가 들어가게 되었던 집주인도 신경통을 앓는 것을 알고는 강도는 도둑질은 안 하고 밤새 신경통 치료 이야기만 하다가 헤어진다. 공감하면 도둑도 친구가 되게 하나 보다.

공감한다는 것은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해결해주는 힘은 없지만, 공감받았다고 느끼는 사람은 힘을 얻게 된다. 그래서 아이들을 대할 때 나는 아이들에게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무언가를 직접 해줄 수는 없어도 공감하는 엄마를 통해 내 아이들이 힘을 추스르고, 새 힘을 얻어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되길 바란다. 「공감의 시대」라는 책에는 '21세기에 있어서 최고의 강자는 공감의 능력을 가진 자’라고 쓰여있다. 공감할 능력이 당장에 없을 때도 나는 시간 속으로 숨는다. 시간 안에서 힘을 키워 나오면 누군가를 공감할 힘도 생기는 같아서이다.

누군가를 공감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송두리째 삶이 흔들리는 때에도 누구 한 사람의 공감만 있어도 그 풍파를 헤쳐 나올 수 있었다.

그런 공감의 힘이 있기에 앞으로의 태풍도 두렵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나 또한 공감의 힘을 키우고 마법 같은 순간에 힘을 발휘하는 新 신데렐라의 울트라 능력을 닮고 싶다.


그럴때 내가 숨어드는 파란 시간...

공감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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