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인잠 Jul 01. 2020

김동인 작가의 <감자>를 읽고

중 1 딸과 엄마의 책으로 대화하기

제목 : <감자>를 읽고


날짜 : 2020.06.30. 화


오늘은 예전에 스토리를 알게 된 글을 읽었는데, 내가 아는 것과 제목이 달라서 다른 이야기인 줄 알았다. 이제 보니 글의 제목은 <감자>라는데, 작가가 이 글을 쓸 때 배고팠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군침이 도는 제목이다.

어쨌든, 요즘 읽어왔던 소설들이 이해가 잘 안 됐었는데, 이건 그냥 주는 문제다!

왜냐하면 예전에 이야기를 간추려 줄거리로 만든 걸 읽은 적도 있고, 이 글은 좀 쉽다고 해야 하나. 사투리도 많이 안 어렵고 내용이 확실해서 그런지 이해하기 정말 쉬웠다. 그런데... 결말이 지금까지 봤던 것 중 "음, 네가 더 나빠" 할 만한 인물이 없다. 그냥 뭔가 7대 죄악을 모아놓은 느낌이랄까?

감독도 나쁘고 복녀도 나쁘고 남편도 나쁘고 의사도 나쁜, 뭔가 다 악역인 듯한 괴상한 느낌이다.

작가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아이디어가 정말 신선하다! 악역들만 등장시킬 생각을 하다니... 만약에 작가까지 이야기에 들어갔으면 작가가 제일 악역일지도...


엄마의 참견 >>>

감자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네가 이 제목만을 보고 이야기를 상상했다면, 아주 재미있고 행복한 느낌의 소설일 거라 짐작하기 쉬웠을 거야. 하지만, 너의 표현대로 온갖 죄악을 모아놓은 느낌의 소설이기도 하고, 엄마로서 생각할 때에는 그다지 어린(?) 학생들에게는 나중에 보게 하고 싶은 작품인데, 이왕 읽었으니 이야기를 해보자.


'복녀는, 원래 가난은 하나마 정직한 농가에서 규칙 있게 자라난 처녀였다.'

처음부터 복녀가 나빴던 것이 아니라, 작가는 그녀를 도덕적으로 타락할 수 있는 상황으로 몰아넣어. 그리고 복녀의 선택을 보여주고 있어.

이야기 속 시대는 1920년대의 일제 식민지 사회 속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하게, 힘든 사람들이 더 힘든 상황에 처했던 상황이야. 어려움 속에서 고난을 극복해가는 사람들도 물론 있었지만, 이 작품의 경우는 아니었지. 극복하는 방법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그래서 나쁘게 여겨지는 결말로 끝나게 돼.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곳에 모여있는 모든 사람들의 정업은 거라지(거지)요, 부업으로는 도적질과 (자기네끼리의) 매음, 그 밖에 이 세상의 모든 무섭고 더러운 죄악이었었다'라고 표현되고, 이 곳에서 복녀 역시 그들과 닮아가. 

결국 복녀는 잘못된 선택에 의해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죽은 뒤에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돈 얼마에 팔리고 죽음은 덮어져. 남편과 주변 인물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그렇게 모의하면서 이야기는 끝나.

'막연하게나마 도덕이라는 것에 대한 저품(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복녀가 가난 때문에 '거지'로 살게 되고, 타락해가다가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는 모습은, 결국 '인간은 환경에 의해 지배당할 수 있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어.

복녀도 원래는 자신의 몸을 팔아 돈으로 바꾸는 일에 대해서  '사람의 일이 아니요, 짐승의 하는 짓으로만 알고' 있었고, '그런 일을 하면 죽을 수도 있다'라고 생각했지만, 돈 앞에서 그녀는 자신이 잘못이라고 생각했던 일을 선택해. 그리고 오히려 즐기고 욕심내어 열심히 하는 모습까지 보여. 작가는 소설을 통해서 사람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하지 않을 용기와 판단, 그것을 지키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도덕'은 무엇일까, 도덕적인 삶이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에 대해 질문하는 듯 해.

 

제목이 <감자>인 이유는, 가을에 감자를 수확하면서 본격적으로 일이 전개되어서, 아마 사건이 발생한 중요한 때를 제목으로 설정한 것 같아. 참고로 엄마가 예전에 학교에서 배웠던 바로는, 옛날에는 고구마를 '감자'라고 표현했었다고 해. 즉 어쩌면 소설 속에서 복녀가 캤던 것은 '감자'가 아니라 '고구마' 일수도 있다는 이야기.

'칠성문 밖 빈민굴의 여인들은 가을이 되면 칠성문 밖에 있는 중국인의 채마밭에 감자(고구마)며 배추를 도적질 하러 밤에 바구니를 가지고 간다. 복녀도 감자깨나 잘 도적질 하여 왔다.'


결혼한 여자가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일을 하고, 남편도 그것을 허용하며, 주변 사람들이 복녀를 이용하고, 죽음까지도 남편과 의사 등이 협조해서 돈으로 없던 일을 만드는 것은 인간이 어떻게 나쁜 일을 할 수도 있는지를 너무나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마치, 잔인하고 악한 영화의 결말을 보고 난 느낌이랄까?

그림동화책을 읽으며 자라난 아이들이 맞닥뜨리기에는 나쁘고 살벌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이야기지만, 소설은 여러 방법으로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거든. 다음에는 다른 방법으로 인간의 타락과 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설도 만나게 될 거야. 작가는 글을 통해서 사회를 표현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옳은 생각들을 할 수 있게 하니까, 우린 작가의 작품을 통해 언제나 '지금보다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해갈 수 있기를. 적어도 책을 읽으면서 살아가는 우리는 좋은 선택을 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하고, 그래서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가기를 꿈꾸자. 엄마는 그렇게 될 거라고 믿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