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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Jul 02. 2020

김동인 작가의 <붉은 산>을 읽고

중 1 딸과 엄마의 책으로 대화하기

제목 : <붉은 산>을 읽고


날짜 : 2020.07.01. 수


오늘은 <붉은 산>이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다. 이 이야기는 지금까지 읽은 것 중에서 그나마 현대에 제일 가까운 일제 강점기인 것 같다. 하지만 'XX촌, 만주' 등 내가 모르거나 짐작할 수 없는 단어들이 있어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삵'.

꽤 낯선 단어이지만, 6학년 때 <신과 함께>에서 '삵'이라는 동물을 그려놓은 걸 봤기 때문에 이건 이해하기 쉬웠다. 만일 '삵'이라는 단어를 몰랐으면 이 문장의 뜻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거다.

이 이야기에서 이름 대신 별명 '삵'으로 불리는 익호는 사람들에게 무서움을 받지만, 덕분에 남의 집에서 자신의 집에서 자듯이 잔다. 하지만 삵은 그게 좋았을까?

동정이나 사랑을 단념했다는 것은 그가 그렇게 되기 전에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왜 마지막에 삵이 원하는 대로 해주었을까? 또 왜 하필 그가 죽을 때 부른 노래는 애국가일까?  또 요즘, 결말이 '죽음'인 경우가 꽤 있던데 다른 의미라도 있는 걸까?



엄마의 참견 >>>

지금까지 우리가 읽어온 소설들이 대부분 1920~1930년대에 발표된 것들이었고, 이 소설 역시 그래, 하지만 네가 '현대에 제일 가까운' 이야기라고 느낀 것은 비교적 방언이 적고 요즘 시대에 쓰는 표현처럼 글이 읽기 편해서 그랬을 것 같아.      

소설 <붉은 산>은 'XX촌'에 대한 설명으로 바로 시작해.      

'××촌은 조선 사람 소작인만 사는 한 이십여 호 되는 작은 촌이었다. 사면을 둘러보아도 한 개의 산도 볼 수가 없는 광막한 만주의 벌판 가운데 놓여 있는 이름도 없는 작은 촌이었다.'     

XX촌은 작가가 설정한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곳이고, '만주' 역시 일제 식민지 시대에 우리나라를 떠나 만주에서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모습을 그렸기에, 모두 지리적, 시대적 배경을 나타내는 단어라 할 수 있어.

즉, 이 소설의 이야기는 '만주'의 'XX촌'에서 일어난 일이라 이해하면 돼. 


주인공 익호가 '삵'이란 별명으로 통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소설 속에 이렇게 표현되어 있지.     

'생김생김으로 보아서 얼굴이 쥐와 같고 날카로운 이빨이 있으며 눈에는 교활함과 독한 기운이 늘 나타나 있으며 바룩한 코에는 코털이 밖으로까지 보이도록 길게 났고 몸집은 작으나 민첩하게 되었고 나이는 스물다섯에서 사십까지 임의로 볼 수가 있으며 그 몸이나 얼굴 생김이 어디로 보든 남에게 미움을 사고 근접지 못할 놈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의 장기는 투전이 일쑤며 싸움 잘하고 트집 잘 잡고 칼부림 잘하고 색시들에게 덤비어 들기 잘하는 것이라 한다.'     

쉽게 설명하면, 얼굴 생김새는 쥐와 같고, 이빨은 날카롭고, 눈에는 교활함과 독한 느낌이 늘 있고, 밖으로 툭 튀어나와 보이는 코에는 코털이 길게 삐져나와 보이고, 몸집은 작으나 민첩하고, 나이는 25~40 까지도 보이며, 몸이나 얼굴 생김이 누가 보더라도 가까이하기 싫게 생긴 '놈'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데. 생긴 것도 비호감인데 하는 짓까지 비호감이어서 사람들이 피한 거지. 속칭,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한다'는 심정으로.               

익호의 생김새를 상상해봐, 사람들은 그에게 '삵'이라는 별명을 주었고, 최대한 부딪히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저 조용히 입 다물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      

비록 '집이 없는 그였으나 뉘 집에 잠이라도 자러 가면 그 집주인은 두말없이 다른 방으로 피하고 이부자리를 준비하여 주고' 하였으나, 뒤에서는 욕을 했어.


××촌에서는 사람이라도 죽으면 반드시 조상 대신으로, “삵이나 죽지 않고.”라고 말했고     

누가 병이라도 나면,  “에익 이놈의 병 삵한테로 가거라.”라고 했데.     

'누구든 삵을 동정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다'라고 하니. 얼마나 춥고 외로운 사람이었을까 싶어.

사람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사랑해주면서 살 때에 정말 행복하고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거든.

특히 일제 식민지 아래에 고국을 떠나 남의 나라, 남의 땅에서 살아갈 때에 '삵'처럼 아무런 동정도 사랑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얼마나 외롭고 고단했을까 싶어.


사람들은 삵을 외면하고, 삵도 굳이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 한다거나 착한 행실로 다가간 적은 없지만, 이야기 끝에 삵은 놀랍게도 자신의 목숨을 바쳐 누군가의 억울함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여줘.

송첨지라는 노인이 소작료를 적게 바쳤다는 이유로 만주인 지주에게 맞아 죽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때 마을 사람들은 분노하면서도 항의 한번 하지 않았거든. (자기도 죽을까 봐)

하지만 이튿날 혼자서 지주를 찾아갔다가 항의했던 '삵'이 피투성이가 된 채 발견돼.

사람들에게 비호감으로 살았고, '삵'처럼 아무렇게나 행동한 듯했으나, 결국엔 누군가의 억울함을 대변하다 죽음을 맞이해.

그리고 죽는 순간에 '삵'은 ‘붉은 산과 흰 옷’이 보고 싶다고 말하며 눈을 감아. '붉은 산'과 '흰 옷'은 우리나라,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단어라고 알아두면 좋아.

지금은 우리나라 산에 나무들이 가득 있지만, 나무가 없는 산은 흙의 붉은색이 도드라져서 전체적으로 산이 붉게 보이거든, 예를 들면 지금 북한에 있는 산들이 거의 그래. 땔감이 필요해서 나무를 다 베어다 쓰고, 농사를 지어야하니, 나무를 다 밀어버리고 땅을 파해치니 어느 순간이 되면 온 산이 붉게 변하는 거지.

'삵'은 만주에서 죽어가면서 우리나라를 떠올린 거야. 그건 마음속에 우리나라, 민족을 향한 애정이 있다는 것을 뜻하겠지?

비록 나무가 없는 황폐한 산이지만, '붉은 산'과 '흰 옷'을 떠올리며 결국엔 우리나라를 되찾고 고국에 돌아가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 같아.

이런 그의 마음을 알게 된 사람들은 그의 죽음 앞에서 미안함과 슬픔, 위로하는 마음을 담아 '애국가'를 불러준 것이고.

결국엔 당시 식민지 시대에 우리 민족이 마음속에 품고 있던 간절한 염원, 독립과 자유, 해방, 고국으로 돌아가 다시 평화롭게 살아가고 싶은 소망을 '삵'의 죽음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동정이나 사랑을 단념했다는 것은 그가 그렇게 되기 전에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을까?'

엄마도 궁금해. 그것을 생각하고 짐작해낸다면, 이 소설을 읽고 '삵'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의미일 것 같고, 그렇게나마 '삵'의 죽음을 위로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누군가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것은 계속 노력해도 안될 때 '절망'하고, 거듭되는 '절망'으로 인해 '단념'하게 되는 수가 많거든, 앞으로 살아가며 많은 이야기나 현실 속에서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될거야. 때론 절망하고 포기하게 될 지라도, 우린 다시 소망의 끈을 놓지 않고, 용기 내어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

엄마는 항상 너의 삶을 응원해. 붉은 산이 푸른 산으로 변화되듯이, 우리의 붉음도 푸른빛으로 가득하게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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