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날개>를 읽고
날짜 : 2020.07.02.목
이 작품은 예전에 학습지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 때는 그림이 웃기다고 느끼면서 가볍게 넘겼던 작품인데,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그림없이 읽어야 더 이해가 잘 되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근데 글 안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먹였던 것이 있는데, 그게 무엇이길래 하루 종일 졸려서 잠만 잤을까?
또 왜 주인공의 방에서 밖으로 나가기 위해 아내의 방을 거쳐야만 되는 집 구조였을까?
이 작품은 내가 읽었던 소설들 중에서 가장 지금에 가까워 보인다.
이유는 첫번째, 도입부 중간중간 '굿바이','럭키 세븐', 즉 영어가 들어가 있다.
두번째, 주인공이 아내의 화장품 병들을 보는게 정말 예쁘다고 느끼는데, 현재의 화장품 병들이 투명하기 때문이다.
엄마의 참견 >>>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날개>는 이 문장으로 시작되지. '날개'를 대표하는 문장이라고도 할 수 있어. 이 책을 읽은 사람들 중에는 이 문장을 의미있게 기억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거든.
주인공이 살고 있는 곳은 33번지, 18개의 가구가 모여 살고 있는 곳이야.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서, 창문과 아궁이 모양이 다 똑같이 생긴 곳. 그나마 미닫이 창문이 있는 곳에는 철줄을 쳐서 이불을 널어 말리는 바람에 해를 가려버리는 곳. 앞부분에 표현된 공간에 대한 설명은, 주인공의 삶이 폐쇄적이고 세상을 향해 닫혀있다는 것을 묘사하고 있어.
그는 이곳에서 마치 '박제'된 듯이 살아가고 있어.
"나는 내가 행복되다고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고, 그렇다고 불행하다고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그날그날을 그저 까닭 없이 펀둥펀둥 게으르고만 있으면 만사는 그만이었던 것이다.
내 몸과 마음에 옷처럼 잘 맞는 방 속에서 뒹굴면서, 축 처져 있는 것은 행복이니 불행이니 하는 그런 세속적인 계산을 떠난, 가장 편리하고 안일한, 말하자면 절대적인 상태인 것이다. 나는 이런 상태가 좋았다."
그저 방안에서 머무는 것이 편안하고, 그의 유일한 즐거움은 낮에 그나마 해가 잠시 들어오는 틈에 아내의 방에 가서 거울돋보기로 태양을 끌어다가 종이를 끄시르거나, 아내의 화장품 병을 구경하는 것?
이런 그가 작품 결말 부분으로 가면 변화하는 모습이 보여.
그의 아내는 그와 살면서 손님을 집으로 데려와 돈을 버는 일을 했는데, 우연히 남편이 목격하게 되고 말아.
아내와 낯선 남자가 함께 있는 것을,
그 이후로 아내는 감기약 대신 수면제를 먹여서 남편인 그가 자신이 하는 일을 볼 수 없도록, 계속 잠을 자도록 만들어. 옆집에 불이 나는 것도 모를 정도로 약을 먹고 잠에 빠져 지냈던 그는 어느날, 자신이 먹어온 약이 수면제라는 것을 알고는 집을 뛰쳐 나가. 그리고 어느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서 세상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해.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여기서 '날개'의 의미와, 그가 외친 '날아보자'는 말이 어떤 뜻인지를 생각해보면, 그것이 이 작품에 대해 생각하고 알 수 있는 힌트가 될 것인데, 물론 쉽지않아. 철학적인 질문이고, 사람에 따라 다르게도 말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럴때 우린, 이렇게 생각해보면 좋아. '과연 작가는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날개'는 하늘을 날 수 있는 '비상, 희망, 꿈, 자유로움'을 상징한다고 볼 때에, 자신의 날개가 다시 돋아나 단 한번만이라도 날아볼 수 있길 바라는 주인공의 마음은, 자신의 현실을 알게 되고 변화로 이어지기 원하는 외침이 아니었을까.
답답하고 무력하고 수면제를 먹은 줄도 모르고 잠만 자며 보낸 세월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힘으로 처음 한 일, 처음 한 말이 힘차게 뛰어나와 날아보자는 외침이었어.
이제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떠나 진짜 그만의 날개를 펴고 마음껏 하늘을 날 수 있기를.
그건 우리 모두의 꿈이 아닐까.
이 소설이 발표된 시기는 1931년이야. 요즘 읽었던 1920~30년대의 소설들과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현대에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는 작가의 표현 때문이야.
알아들을 수 없는 사투리(방언)가 많은 소설도 있고, <날개>처럼 현대에 가까운 소설인지 알쏭달쏭할수도 있지.
지어진 시대를 한 번 확인하고 읽는 습관을 들이면, 그 시대의 환경과 사람들의 마음도 알 수 있어서 책을 이해하고 기억하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어.
<날개>는 일제식민지 시대. 무력하고 처참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간절한 외침을 주인공을 통해서 표현한 것이야.
그가 한 일이 탈출이던지, 독립이던지, 외출이던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처음으로 강력하게 나타내면서 이야기는 끝나. 그 이후의 삶에서 그의 바램처럼 날개가 돋아나 자신의 인생에서 원하는 삶을 찾아갈 수 있기를.
포기하지 않기를. 이제 더 이상 박제된 삶으로 돌아갈 수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