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이 되면 받을 수 있던 돈, 인건비와 사업개발비가 사라진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사회적기업이 돼도 인건비랑 사업개발비 이제 못 받아요? 아, 없어졌어요? 진짜요? 그럼 할 필요 없네!"
받을 수 있는 돈이 없어졌다는사실이 점차 알려지면서 사회적기업을 하려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갔다.
사회적기업이 되면 받을 수 있던 돈, 그 돈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사회적기업을 만들 수 있게 돕는 사업을 했던 나는... 결국 사업을 접었다.
그렇게 백수가 된 지 반년이 넘었다. 모아둔 돈도 바닥이 났다.
사업도 망하고 돈도 거의 다 떨어져서 슬프냐고?
물론 슬프기도 하지만 나는 기쁘다. 슬픔보다 기쁨이 더 크기에 나는 기쁘다.
어째서 기쁘냐고?
2
내가 아주 좋아하는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에 꼬였던 똥파리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던 사람들은 더 이상 돈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사회적기업을 반납하기도 하고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려던 사람들은 이곳에 이제 돈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사회적기업에 도전하지 않는다.
눈먼 돈만 기다리는 똥파리들, 눈먼 돈만 보고 몰려든 똥파리들... 이 똥파리들이 줄어든다는 것은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가 깨끗해지고 있다는 것... 이것이 나를 기쁘게 한다.
그리고 돈이 주어지지 않음에도 사회적기업을 유지하려는 사람들, 돈이 주어지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회적기업을 하려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인건비 지원이 끊겼음에도 직원을 자르지 않고 어떻게든, 대출을 해서라도 일자리를 지켜주는 사람들. 세상에 사회적기업이 있어야 한다고 믿으며 꿈을 이루기 위해 사회적기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순수하게 사회적가치를
지향하고 추구하려는 사람들... 똥파리가 아닌 사람들을 발견하고 있기에 나는 기쁘다.
이런 사람들... 돈이 아닌 사회적가치를 목적으로 하는 이런 사람들에게는 금전적인 지원을 조금이라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이 소식을 듣고 그 생각을 접었다.
3
올해도 어김없이 호텔에서 사회적경제 성과공유회를 한단다. 내년에 이쪽에 돈이 다시 풀릴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가서 발 빠르게 정보도 얻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러자는 지인의 연락.
한 끼 식사가 4만 원이라나 5만 원이라나, 공짜니까 가서 먹자는... 돈이 풀린다는 소식은 늦게 들으면 손해니까 누구보다 먼저 가서 들어야 하니까 꼭 가자는...
눈에 선하다.
자기들끼리 또! 그들만의 성과를 축하하며 시시덕거리면서 비싼 밥을 먹고... 집에 갈 때는 또! 서로의 조직에서 산 선물을 손에 쥐고... 내년에는 아니 언젠가는 돈이 다시 주어질지도 모른다는, 사회적기업이니까 꼭 주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돌아갈 것이다.
무슨 돈으로 이런 짓을 또, 해마다 어김없이 하는지 모르지만 여기에 다시 돈이 주어지면 절대로 안 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분명 똥파리들이 다시 늘어날 것이다. 똥파리들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절대 돈을 주면 안 된다.
아니, 똥파리들이 완전히 사라져도 무조건 돈 말고 다른 무언가를 줘야 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그게 무엇인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어쨌든 분명하게 말하지만 돈은 아니다. 돈은 절대 아니다. 돈이 주어진다면 분명 똥파리들이 다시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으로 날아들 것이다.
4
'돈이 다시 풀릴지도 모른다고...? 진짜...?!'
"윙~"
마음속에 널리, 울려 퍼지는 똥파리의 우렁찬 날개 소리.
"탁!"
지인에게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하고 나는 더 기뻐졌다.
나는 계속 기쁘고 싶다.
사회적기업에 주어졌던, 주어지던 돈이 사라져서 힘들다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쓸데없는데 돈을 쓰지 말고 사회적가치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은 어떨까.
사회적가치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위해 돈을 모아서 전달하는 것은 어떨까.
<이미지 출처: 영화 타짜 2 공식 예고편 영상 / 아래 대사가 나온 장면>
"마른오징어에서 엑기스 나오는 거 아세요?"
마른오징어를 짜듯이 더 쥐어짜면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의 다른 모습이 나올까?
글쎄. 짜봐야 알 것 같다.
* '이상한 사회적 기업, 이상한 사회적 경제'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를 접하며 '이상한데.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분들은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이상한 것인지,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가 이상한 것인지 함께 이야기 나눠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