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 오선생 Jan 09. 2020

평범한 일에 행복할 수는 없을까

평범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일이다.


"교실 불이 켜있네."     


3월 어느 날.     


 우리 반 교실에 불이 켜있었다. 주번을 맡은 애들이 실수로 불을 켜놓고 갔나 생각했다. 체육 시간에는 교실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교실에 불을 끄려고 들어 갔다.     


"선생님. 저 있어요."     


 불을 끄려고 할 때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교실 구석에 전동 휠체어를 탄 영식이였다.     

 우리 반은 통합 학급이었다. 통합학급은 몸이 불편한 학생이 섞여 있는 반을 말한다. 난 왜 그걸 통합학급이고 부르는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 통합이란 말에 이미 이질적인 부분이 서로 합해진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영식이는 체육 시간에 도움반이라는 곳에 가기 때문에 교실에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어리석었던 거다.     


"심심하지?"     


 이 한마디 말 때문에 매 체육시간마다 영식이는 저와 상담 아닌 상담을 하게 됐다. 사실 영식이 담임을 할 때 모두가 담임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근육병을 앓고 있는 영식이 몸의 근육이 갑자기 굳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 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결국 교무실에서 막내인 나에게 영식이는 맡겨졌다.   

  

 근데 이 상담이 내 교직 생활의 모든 것을 바꾸는 일이 되었다. 영식이의 소원을 알게 된 다음부터. 영식이 소원 중에 가장 가슴이 아팠던 건 소풍 가는 일이었다. 항상 소풍 때가 되면 친구들이 부러웠다고 한다. 사는 지역이 아닌 곳을 이동하려면 살고 있는 시의 도움이 필요했다. 항상 시에서 지원 차량이 나왔지만, 소풍 가는 지역까지는 도와주기 어렵다고 했다.


 난 그때 알게 되었다. 평범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소원일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우리는 살면서 너무나 당연한 일의 소중함을 잊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등 임용시험을 합격하기 전에는 선생님만 되면 너무 행복할 거 같았다. 선생님이 되면 삶이 멋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선생님이 된 다음 나의 일상은 너무 평범했다. 목표를 이룬 다음부터는 모든 게 시시했다. 


 과연 우리는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채워야 행복할까. 나에게 주어진 일에 행복할 수 없을까. 영식이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식이의 소원은 어떻게 됐을까? 2년간 같은 반을 하는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기꺼이 영식이를 위해 학교 옆 공원으로 소풍 가자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 공부하기 바쁜 시기에. 애들은 왜 소풍을 간 걸까. 물론 공부하기 귀찮은 것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애들도 알았다고 생각이 든다. 공부보다 소중한 게 있다는 것을.



 아이들 보며 느낀 건 '타인의 행복을 보면서 나도 행복할 수 있구나' 하는 점이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