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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오선생 Sep 23. 2021

시험을 준비하는 제자에게

얼마 전에 중고등학교 교사 임용 시험을 준비하는 제자와 통화를 했다. 


 같은 반이었던 주변 제자들이 나에게 전화를 줬다. 00가 지금 공부하는 데 힘들어한다고. 선생님의 응원이 있으면 좋지 않겠냐고. 잘한 텐데라는 생각도 있지만 그래도 제자니까 한 번 전화해봐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다.


 고등학교 선생님의 특징 중에 하나는 제자들이 생각보다 빨리 사회에 진출한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 시절에 맡은 학생들이 졸업한 후에 여학생은 4~5년, 남학생은 6~7년 후면 경제적인 사회에 발걸음을 딛는 시기가 된다. 

 제자들의 사회 진출은 생각보다 빨랐다. 이미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제자도 있고, 군대를 늦게 가서 지금도 나라를 지키는 멋진 제자들도 있다. 


 제자들이 다 걱정이고 신경이 쓰이지만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제자는 특히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시험이란 게 붙은 다음에는 모든 게 아름답게 보인다. 나도 그랬다. 시험공부하는 기간 동안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불안감에 휩쓸려 있었다. 지금에서야 시험이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때는 불안하고 힘들었다. 

 끊임없이 나에게 물어보았던 것 같다. 

 "나 잘하고 있는 걸까?"

 힘들 때, 친구들에게  위로를 받지만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공허감은 잊을 수가 없었다. 결국 책상 위에 펜을 혼자 들고 있는 나 밖에 없었다. 

 

 제자에게 전화하기 전에 한 참을 고민했다. 어떤 말을 해 줄까. 

 '선생님 하면 이런 점이 좋단다. 지금은 힘들지만 반드시 붙을 거야. 넌 반드시 할 수 있어' 등의 여러 말을 생각하고 힘을 주기 위해 전화를 했다. 


 여러 힘을 주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말을 준비하고 전화를 걸었다. 속으로 역시 난 참 교사야라는 묘한 자신감까지 생긴 걸 봐서는 쓸데없이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


 "선생님"


 "00야 잘 지내지?" 


 다음 나의 대답은 '힘들지, 괜찮아. 넌 반드시 붙을 거야.'였다.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 참 교사 이미지를 보여줘야지 하는 마음이 다 잡고 있었다.  


 "교생 실습 때 너무 재밌었어요."


 아. 이 말을 듣고 살짝 당황했다. 분명 힘들다는 말이 나와야 나의 다음 멋진 대답을 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했다. 갑자기 아이는 시험 준비 때문에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이 교생 때 아이들과 즐겁던 이야기, 나와 함께 했던 과거 이야기 등등. 내가 말할 틈 없이 자기 이야기를 쏟아 냈다. 


 듣다 보니... '내가 뭐 때문에 전화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전화한 거지? 아 응원하려고 한 거지.

한 참을 이야기 하다가 제자가 이런 말을 했다.


 "선생님 근데 공부가 힘들어요? 나 할 수 있을까요?" 


 드디어 내가 준비한 멘트를 날려야겠다고 준비를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목표가 있는 것 아닌가? 내가 잘 될 거라고 말할 필요는 있지만 굳이. 고민하다가 이런 말을 해줬다. 


 "00가 선생님이 되면 그 반 아이들은 행복하겠다." 


 살짝 제자와 나는 말없이 있었다. 전화를 하면서 나눴던 교생 실습 이야기, 옛날 학교 이야기 등등 모든 이야기는 선생님과 제자의 행복한 이야기였다. 그곳의 주인공은 아이들과 내 제자였다. 나는 문득 그 이야기의 주인공을 기다리는 미래의 주인공들이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 제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 마음속에서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 언젠가는 학생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이다. 


 공부를 어떻게 하고, 몇 시간을 하고 이건 중요하지 않았다.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나를 이끌어 줄 수 있는 그 원동력은 기대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대감을 가지고 계속 준비하는 것. 시험에는 그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 후에 그동안 나는 어떻게 시험을 준비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사실 주변에서 해주는 위로와 응원은 오랫동안 힘이 되지 못했다. 아주 힘이 안 된 건 아니지만 시험공부를 계속하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대감이었던 것 같다. 기대감이 무너지지 않게 잘 지키고 지켰던 같다. 


 아쉽다. 이 생각을 조금만 더 일찍 했으면 제자에게 더 멋진 말을 해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 정도면 잘했다는 자뻑(?)을 가지고 제자를 멀리서 응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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