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미련할 정도로 아픔을 참을 때가 있다.
다른 이유는 없다.
약 먹는 게 싫었고,
병원은 생각만 해도 불편하다는 편견에서다.
다행이게도 그런 고집은 정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인정하게 됐다.
어느새 나는 아프면 꼬박꼬박 약국에 가서 증상을 설명하고,
더 아프면 병원에 가서 또박또박 아픈 곳을 알려주며 필요한 약을 받아 나온다.
약은 약사에게 받아 나오는 게 맞았다.
정작 내가 참고 버티며 지켜내야 할 것은 자존감과 마음가짐이었는데.
의사나 약사도 아니면서
스스로에게 막연한 처방을 내리고 버티던 날을 뚜렷하게 기억한다.
약은 약사에게.
자존감과 마음은 스스로에게.
헷갈리지 않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