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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흐름 Oct 18. 2021

#13.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느긋함과 차분함을 좋아하지만 

때때로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전거처럼 길을 잃고 갈팡질팡 할 때가 있다.

(어쩌면 자주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시기가 오면 누가 뭐라 해도 조급함과 불안함에 빠져 

핸들을 이리저리 돌려댄다.


굵직한 일들은 해가 지날수록 많아지고,

그만큼 중요하게 선택하고 움직여야 할 일도 자꾸만 쏟아진다.

하나씩 차분하게 해 나가면 되는 걸 알면서도 

당장의 우물에서 허겁지겁 물을 퍼올리고 있는 스스로를 목격하기도 한다.


이대로는 아니다 싶어 

머릿속으로 우물 대신 계단을 오르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1층,

잠시 후엔 2층,

시간이 좀 더 많이 흐르면 10층, 11층으로 이어지는 안내판이 보이겠지.


굳이 두세 칸씩 무리해서 뛰어오를 필요 없는 그런 계단을 나의 계단으로 골랐다.


적당한 만큼의 힘을 실어 한 칸씩 오르다 

가능한 만큼의 힘을 실어 두세 칸씩 오를 체력을 기다리는,

열심히 오르다 복도 한쪽에 앉아 쉬는 것을 반복하더라도 

여전히 단단한 계단을 나의 계단으로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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