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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미리 Feb 09. 2024

인스타그램을 삭제했다

비미리기 ep1

지인들과 맞팔로우 하고 있던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한 이유

출근길 퇴근길에 습관처럼 아무 생각 없이 인스타그램에 들어간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스토리, 게시물만 보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행복해 보인다. 일에 찌들어있는 나는 올릴 사진도, 전시하고 싶은 특별한 순간도 없다. 어느 순간부터 인스타그램을 볼 때마다 생각이 많아지고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나의 팔로워는 인간관계가 넓은 편도 아니어서 두 자릿수였다. 팔로워 중엔 정말 친한 지인도 있지만, 조만간 얼굴 보자는 가벼운 말조차 하지 않는 멀어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서로의 근황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리며 어떻게든 관계를 이어가는 게 좋은 걸까? 인스타그램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역시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기자 일을 할 때 유명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구독해 놓고 올라온 게시물을 기사로 작성하곤 했다. 기자를 그만두고 직업을 바꾸고 나서도 인스타그램 계정을 관리하고 콘텐츠를 올려야 했다. 나에게 인스타그램은 떼어내기 힘든 ‘일’이 되었다. 인스타그램은 사적으로든 일적으로든 여러 면에서 피곤한 어플이다.


결국 피곤한 어플을 일 때문에 없앨 수는 없어서 팔로워가 0인 구독 계정만 남겨놓고, 지인들과의 계정을 삭제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 삭제하고 어떻게 됐냐고요?

아무 목적 없이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어졌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 역시 줄어들었다. ‘디지털 디톡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남들이 올린 게시물을 구경하면서 ‘나’와 비교하지 않았더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페이스북은 계정뿐만 아니라 어플 자체를 삭제했다. SNS 계정과 어플을 삭제한 것 때문에 멀어진 관계는 없다.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이 “맞팔하자”, 친구들이 “너만 계정 태그를 못한다”라고 할 때마다 인스타그램을 다시 해야 하나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을 하는 삶은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어차피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아도 친하고 가까운 사람들은 연락을 하게 돼 있다. 지인들과 만났을 때 "A선배 이렇게 살더라", "B후배 저렇게 살더라" 이야기를 뒤늦게 전해 듣곤 하는데 이게 문제가 될까?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아무 지장 없다.

 

근황은 나와 따로 연락하거나 만나지 않으면 아무나 알 수 없다. 물론 친한 친구도 근황을 인스타그램에만 올리고 따로 나에게 말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긴 한다. 어떻게 보면 인간관계 유지에 쓰는 시간을 줄인 것이다.


제가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거나 보고 싶으면 연락 주세요. 저도 인스타그램 대신 직접 안부 전할게요. 우리는 인스타그램이 없어도 가깝게 지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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