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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와인은 와인 중에서도 당도와 도수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77도 이상의 브랜디를 섞어 20도 전후의 도수로, 여타 와인과는 달리 서브되는 와인잔의 크기 또한 작다. 스페인의 셰리와 비슷한 주정 강화 와인이다.
드라이, 바디감 이런 건 잘 모르겠고, 레드, 화이트, 로제, 스파클링 정도의 아주 브로드한 카테고리로 나눠 준비된 식사에 맞춰 대충 골라 마시다, 이번엔 무슨 이유에서인지 토니 포트를 골랐다. ‘이렇게 맛있는 걸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않았다고?’ 스스로가 한심스러워졌다.
포트 와인에도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번에 선택한 건 토니, 짙은 컬러가 특징적이다. 와인을 소개하기 위한 글은 아니므로 각설하고, 나의 새로운 취향을 발견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무언가를 마주한 첫 순간에 내가 이를 좋아하는지 확실하게 감지하는 건 흔히 있는 경우가 아니다.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안일함으로 일행에게 선택의 주도권을 넘겨준 뒤론 스스로의 취향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바 없다. 그래서인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들을 그렇게도 많이 먹었더랬지. 이렇게 말하지만 막상 주면 또 잘 먹긴 한다.
토니 포트는 (1) 단맛이 강해 알코올의 향이 두드러지지 않는 점, (2) 도수가 높아 조금만 마셔도 금세 취기가 오른다는 점, (3) 웬만한 디저트와는 전부 잘 어울린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다 됐고, 그냥 맛있다. 적당한 산미와 오크향, 당도 모두 내 취향이다. 무거운 빌보잔에 무거운 포트 와인을 담아 홀짝거리니 기분이 가벼워진다. 다음엔 포트 와인을 담은 캐스크에서 숙성한 위스키도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날 일행과 와인 보틀 째로 주문해 다 비우고 나니 소주 각 일 병한 수준의 취기가 돌았다. 사실 알코올의 역한 냄새에 몸이 거부해 소주 한 병을 마셔본 적이 없긴 하다. 이 날 이후로 레스토랑이나 와인샵에서 토니만 찾는다. 아무래도 퇴근하고 포트 한 병 사들고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