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낯설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이 세상에 엄마는 단 한 사람.
우리 엄마만 있는지 알았는데
내가 엄마라니,
누군가 아이 이름을 붙여
나를 누구누구 엄마라고 부를 때마다
뻗어 나오는 소리가 생경하다.
등 뒤에서 그렇게 나를 부르면
나는 아마 발걸음을 멈추지 못할 것이다.
아이를 낳고 아이의 자리가
얼마나 큰 것인지 실감한다.
조그마한 손과 발,
안으면 품에 쏙 들어오는 이 작은 아이가
내 삶의 가장 커다란 조각이 되었다.
나는 그 조각에게 꼭 맞는 빈자리가 되고 싶어
내가 가진 조각의 모서리를 망치로 부수고,
뜨거운 물에 녹여가며 퍼즐을 맞추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몇 번이고 묻게 된다.
나는 과연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 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엄마도
세상에 날 때부터 엄마는 아니었을 텐데,
나는 대체 무슨 복을 타고나
그 화수분 같은 사랑을 받아왔던 걸까.
무심히 수저를 들어 집어먹던
그 사랑이 눈물겹다.
내게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
새로울 것 없는 아침인데
아이는 매번 못 보던 얼굴을 하고
또 다른 모습으로 자꾸만 커간다.
아침을 누구보다 반갑게 맞이하고
밤이 아쉬워 잠들지 못한다.
내게도 분명, 그런 날이 있었다.
사랑에 빠진 얼굴.
상기된 볼.
즐거운 대화.
웃음이 번지던 식탁.
책에 빠져든 시간.
창가에 앉아 이유 없이 밤을 지새우던 날들.
버스 정류장에 앉아하던 사람 구경.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던 일상.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는, 그런 순간.
그런 순간 속의 나는 어떤 표정이었는지
이제 사진만이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이름으로 자신만의 집을 짓는다.
그것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의 고유명사.
그러니,
제발 이름을 불러줘요.
내가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도록.
그 의미들을 움켜쥐고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내가 잊혀지기 전에
나를 잊어버리기 전에
내 이름을, 불러줘요.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 춘 수 <꽃>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