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소리가 들리는 꿈을 꿨다.
바다를 보며 무릎을 세우고 앉아
모래 알갱이를 만지작거렸다.
익숙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촉감.
그 촉감에 눈을 떴다.
당연히, 꿈이었을게다.
익숙한 장소,
곳곳에 내 손때가 묻어있는
지금 이 공간.
깊이 잠이 든 아이의 숨에서
단내가 피어난다.
나는 네모난 주사위 칸 안에
간신히 몸을 구부려 넣고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내일을 향해 발을 구르고 있다.
바다를 보는 것을 좋아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바다 앞을 지키던 나는
서서히 바다의
얼굴을 잊어버렸다.
파아란 물결에 하아얀 별빛이 쏟아지는
바다의 눈동자.
짭조름한 기운이 퍼지는
바다의 콧방울.
넘실 넘실 너울너울 거리는
바다의 맵시 있는 몸짓까지.
나는, 바다를 잊어야만 했다.
자꾸만,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몰아치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바다의 품에 안기는 꿈을 꾼다.
바다로 가고 싶다.
그 바다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