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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신의 이유 Oct 29. 2022

엄마의 계단




아이가 계단을 오른다. 작은 손으로 난간을 쥐고 한걸음 한걸음. 하루 종일 누워서 동그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아기가 어느새 혼자서 계단을 오른다.


계단을 오르는 것은 아이뿐이 아니었다. 나는 아이의 탄생과 동시에 쉬지 않고 계단을 올랐다. 머릿속에 전혀 들어있지 않았던 단어와 문장이 넘실거렸고, 그 파도에 넘어지기도 휩쓸려가기도 했다. 육아는 언제나 상상 그 이상.


그때마다 나를 일으켜 준건 결국, 가족.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전생에 대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아낌없는 사랑으로 자녀를 멀쩡히 키워낸 것도 모자라 그 자녀의 자녀까지. 엄마는 내가 육아로 지쳐있을 때마다 나를 일으키고, 이것저것 반찬을 준비해 내 끼니는 물론 아기까지 챙기며 현실에 지쳐 바삭바삭해진 내 얼굴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아이가 식탁에 앉아 오물오물 밥을 먹는 것을 바라보며 내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했는데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는 나, 그런 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표정을 바라보니 그 표정이 바로 내 표정이겠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어떤 이는 두 돌만 지나면 괜찮아. 어떤 이는 아이 유치원만 가면 괜찮아라고 말했지만 ‘엄마의 계단’이란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 엄마는 아직도 나를, 내 아이까지 품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도 한 계단을 오르며 엄마의 ‘고된 계단’을 생각한다. 엄마는 어떤 육아의 계단을 오르고 있을지, 나는 감히 짐작도 못하겠다. 나도 언젠가 엄마처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여전히 자신은 없지만, 분명한 건 나 역시 엄마의 계단을 오르고 있고, 이미 오르기 시작한 이상 포기는 없다는 것. 한 계단 한 계단 모두 올라서 이 계단의 단맛 쓴맛을 모두 만끽할 생각이다.


폭신하지는 않더라도 단단한 계단이었으면 좋겠다. 낮지 않더라도 넘을 수 있는 계단이었으면 좋겠다. 그 계단의 끝에서 “수고했다고, 정말 수고했다고.” 진심으로 안아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계단을 오르는 그 걸음걸음이 외롭지 않았으면,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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