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처음으로 혼자 운동을 하러 나선 길. 너무 말도 안 되는 시간이라 실감이 나지 않아 좋아하는 자전거를 꺼낼 생각은 미처 하지도 못했다.
빠르게 걸으며 자전거 생각,
자전거 생각, 자전거 타는 생각을 한다.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 3주 차, 점심도 잘 먹고 노는 것도 잘 노는 아이는 눈이 마주치면 씩 웃어주는 팬 서비스로 다른 반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이럴 때 보면 무던한 성격에 흥이 많지만 마음은 따스하고 여린 내 남편을 그대로 닮았다.
나는 언제나 어린이집 가까운 곳에서 아이의 소식을 기다렸지만 하원 때까지 전화는 울리지 않았고, 3주 차가 되고 늘 즐거운 모습으로 달려 나오는 아이를 보며 조금이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아이와 내 마음이 편안해지자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건 바로 우리 집, 아이 있다는 핑계로 엉망진창이 된 집을 조금이나마 치우고 내일은 저기를 정리해야지 하는 계획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엄마가 된 후 가장 가까이에서 아이를 돌보며 내게 가장 부족했던 건 바로 나만의 시간. 햇빛 따스한 날, 운동화를 고쳐 매고 나선 길에 움직일 것 같지 않았던 나의 초침이, 다시 춤을 춘다.
빠르게 걷는다.
잊고 있었던 것들을 생각한다.
더 빠르게 걷는다.
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생각한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겨울이 끝나고
나에게도 살랑 새로운 시간이 고개를 내민다.
하고 싶었던 일들은 모두 작고 사소한 것들.
버스 정류장에 앉아 사람 구경.
햇살 맞으며 벤치에 앉아 시 쓰기.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책 읽기.
미친 사람처럼 자전거 타기.
사소하지만 애가 닮던 그것들.
내일은, 꼭 자전거를 타야지.
상상만으로 이미 페달을 밟고 서 있다.
마음이 먼저 바람을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