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닫힌 방문, 아기가 자꾸만 문을 두드린다. 심지어 아빠 몰래 뛰어와 문을 벌컥 열고 엄마엄마! 크게 부르다 아빠에게 안겨 끌려나가는 20개월 아기.
그렇다. 나는 코로나에 걸렸다.
그분이 오셨다 코로나. 벌써 두 번째. 초대한 적이 없는데 꾸역꾸역 밀고 들어와 또다시 한 사람이 감염되었다. “이번엔 내 차례구나.” 하고 받아들이기에는 20개월 아기가 눈에 밟혔다.
아무런 증상도 없다가 아침에 갑자기 콧물이 살짝 나고 몸살 기운이 번지더니 목이 칼칼했다. 이미 남편이 한차례 코로나를 겪은지라 그 증상이 유사해 아무래도 이번엔 아무래도 코로나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재빨리 마스크를 찾아 쓰고 집안을 뒤적거려 자가 키트를 찾아낸다. 아기가 가까이 다가올까 봐 높은 선반에 두고 빠른 손길로 검사를 하는데 음성! “이번에도 그냥 가정보육 몸살이구나.” 하며 안도하고 타이레놀 콜드를 하나 입에 집어삼키는데 빨간 줄이 하나 더 쓱 올라온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가 책을 가지고 뛰어와 치마를 잡아당긴다. 침착하게 자가 키트를 지퍼백에 밀봉하고 손을 소독한 뒤 집안의 모든 창문을 열었다. 엄마가 가져다준 KF94 마스크로 재빨리 바꾸어 쓰곤, 만들던 아기 아침식사를 마저 만든다. 식사시간에 꼭 엄마가 읽어주는 책을 좋아하는 아기를 위해 여느 때처럼 아기가 고른 책을 정성껏 읽어준다. 밥을 크게 한입 떠서 입에 넣는 아기를 바라보는데, 두려움이 엄습한다.
코로나는 그렇게 시작됐다.
밥을 먹인 뒤, 병원을 가기 위해 지갑을 챙긴다. 산책을 가자는 아이를 데리고 나선 길. 남편이 소식을 듣고 회사에서 달려왔다. 잘 버텨내고 있다가 남편을 보자 긴장이 풀리면서 몸살 기운이 몸을 덮쳤다. 나도 모르게 바닥에 주저앉는다.
남편도 아이도 밀접접촉자니 검사가 필요했다. 다행히 둘 다 음성. 안도하고 또 안도했다. 지난번 남편의 코로나 감염 때도 아기를 비켜간 코로나, 이번에도 부디 그래 주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물론 나는 다르다. 자가 키트에서 양성이 나왔으니 확진은 불 보듯 뻔한 이야기. 아니나 다를까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대기실로 가는 걸음을 떼는데 “양성입니다. 진료실로 오세요.”라는 사무적이고 낮은 목소리.
그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목소리를 들었고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같은 이야기를 했을까. 오늘 확진자만 해도 129,411 상상도 안 되는 숫자다. 그동안 코로나를 피한 것이 행운으로 느껴질 정도.
코로나 첫날, 이미 남편이 한차례 코로나를 겪은지라 쓰레기봉투, 마실 물, 칫솔 치약, 손소독제 등등을 익숙하게 챙겨서 화장실이 딸린 작은방을 격리 장소로 정했다. 목표는 역시나 릴레이 감염 없이 격리가 끝나는 것.
다행인 건 최근 거실 여분의 매트리스가 있어 남편과 아기가 잘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침대도 화장실도 있는 방을 격리 장소로 정할 수 있었다. 옷방에서 격리하던 남편에 비하면 양반인 상황.
병원에 다녀와 콧물에, 인후통에, 두통에, 몸살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몸을 눕혔다. 남편이 가져다준 죽을 먹고 엄청난 양의 약을 삼키자 신기하게 컨디션이 좀 나아졌다. 코로나는 약도 없다더니 걸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먹으면 좀 괜찮아지는 약들을 꾸려주는 것 같았다.
누운 채로 하늘을 바라보다, 앞으로의 일주일에 대해 생각해본다. 왜 걸렸는지 어디서 걸렸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랑하는 나의 아기가 문 밖에서 엄마를 부르고 있다. 아빠가 엄마가 아프니 방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말하자 “엄마 아파” “엄마 아파”를 중얼거리는 20개월 아기.
그 작은 목소리가 너무 아파서,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이 더 아프다.
엄마 손을 잡고 걷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손을 내어줄 수 없고 “안아줘.”라고 말하는 아이를 안아줄 수 없는 상황. 게다가 일주일.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손소독제를 넘치게 바른 뒤 방문을 잠시 열고 나간다. 멀리서 바라보는 아이의 뒷모습이 너무 예쁘다.
보는 것만으로 아까운, 사랑스러운 내 아이.
그런 아기가 엄마를 찾다가 아빠와 잠이 든다.
“엄마 아파” “엄마 아야.” “엄마 문.”
서툰 말로 표현하는 20개월 아기의 마음.
맞아, 지금은 엄마가 잠시 아프고 아야 해서 문 안에 잠시 들어와 있는데 금방 나아서 얼른 너를 안아줄게. 다시 손을 잡고 나란히 공원을 걷고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토마토를 나누어 먹자.
“엄마가 아파서 미안해.”
“미안해, 아가.”
문밖에서 남편이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는 소리가 들린다. 아기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책, 나도 모르게 중얼중얼 책을 따라 읽는다. 저녁은 제대로 먹은 건지 입맛에 맞는 건지 어쩐 건지, 몸은 방에 있는데 마음은 밖에 나가 있다.
남편으로부터 도착한 카톡 하나, 아기의 빈 식판 사진. 그 사진 한 장이 왜 이렇게 반갑고 대견하고 고마운지, 정작 나는 입맛이 없어 엄마가 가져다주신 갈비탕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데 실컷 배가 부르다.
코로나, 이제 겨우 시작이다. 주말인데 쉬지도 못하고 나 없이 혼자 아기를 보고 있는 남편, 그리고 내 걱정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우리 엄마, 그리고 언제나 엄마의 품이 그리운 나의 작고 소중한 20개월 아기.
엄마가 코로나에 걸리면 안 되는 이유,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