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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신의 이유 Oct 29. 2022

코로나 블루, 코로나 육아




출장을 다녀온 남편이 코로나에 확진됐다.


언젠가 우리 집 차례가 올 거라 생각은 했지만 예상보다 빨랐다. 자가 키트에 이미 선명한 두줄, 그 길로 나선 PCR 검사. 사실은 해볼 필요도 없던 검사였다.


벚꽃이 언제까지 버텨줄지 알 수 없지만 주중 내내 생각하고 있던 벚꽃놀이는 PCR 검사를 위해 지나던 작은 동네 공원으로 끝이 났다.


비극과 희극은 늘 양날의 검이라 그 와중에 쏟아지는 벚꽃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번 봄의 마지막 벚꽃이라 생각하니 더 아름다웠다.


정신없는 와중에 아이와 나는 신속항원 검사 음성이었고, 남편은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평소에 창고방으로 사용하던 방을 정리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시킨 뒤 자가격리에 필요한 것들을 함께 챙겨 넣고 굳게 닫힌 문.


당장 어린이집 등원을 못하게 됐고 어린이집 등원을 좋아하는 아이는 평소처럼 현관문에 가까운 의자에 앉아 등원을 기다렸다.


어쩔 수 없이 양말을 신겨 공원 산책을 나선 길, 얼마나 음성으로 버틸 수 있을지, 대부분 릴레이 감염으로 이어진다는데 일주일 동안 내 아이를 지켜낼 수 있을지, 아무것도 모르고 강아지를 따라 뛰어가는 아이를 보면서 눈물이 났다.


다시 육아 전면전 아이의 끼니를 준비하고 아픈 남편의 식사도 챙겨보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널고 청소를 한다. 집안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아이를 돌보는 건 당연한 일. 남편의 확진으로 본격적인 육아전쟁이 시작됐다.


아이는 갑자기 틀어진 일상에 의아해했고 잘자던 낮잠도 자지 않고 계속 놀고 싶어 했다. 집안일은 쌓여가고 식사도 준비해야 하는데 무언가 묘한 분위기를 감지한 아이가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슬쩍 다가와 엄마 얼굴 위 마스크를 손가락으로 톡톡 친다.


"뭔가 잘못됐어."

"아니야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


하루에도 수십 번 감정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요동을 친다. 아픈 건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요즘 시대에 쉬이 코로나를 피하기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그것이 내 집 현관에 들이닥치자 알 수 없는 감정들이 휘몰아친다.


"내 아이를 지켜야 해."


남편이 서운할 수 있겠지만 방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비닐장갑도 끼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같이 있지만 함께하지 못하는 코로나 일상, 그 작은 방에서 답답해할 남편이 안타깝지만 아이를 보는 것만으로 힘에 부쳐서 남편까지 챙길 수 없는 반쪽짜리 일상.


다시 아침이 오는 것이 무서울 지경이지만 감기 한번 걸린 적 없는 내 아이가 코로나에 걸려 고열로 누워있는 상상을 하면 버텨내야 한다. 그것을 안다.


그 무시무시한 불안을 견디고 무사히 지나간 하루, 아이를 재우려고 함께 누웠는데 아이가 내 손을 잡고 엉덩이에 가져가더니 톡톡 치는 시늉을 한다. 언제 이렇게 커버린 건지, 토닥토닥 엉덩이를 두드린다. 낮잠을 못 잔 아이는 금방 새근새근 잠이 들고 손에 남겨진 아이의 온기로 위로받는 밤.


"버텨낼 수 있을까?."

"아니, 버텨내야 해."


나는, 지독한 코로나 블루 안에 한쪽 발을 담근 채 빠져나오지 못하고 발버둥을 친다.


어쩌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렇게 된 걸까.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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