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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손갤러리 서울: 대사관저 동네에 심은 예술의 씨앗

미술관이 된 옛 건물 17

by 이선 Dec 2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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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는 여러모로 특별한 곳이다. 한 때 문인, 예술인들이 모여 살던 곳이라 다양한 문화유산이 어우러진 오래된 서울이다. 북악스카이웨이에서  길상사 쪽으로 내려와 서울 성북동 주택가를 지나다 보면 성채와 같은 주택에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가 걸려있다. 이 국기들은 성북동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주한 외국 대사관저들이 내건 것이다. 대사관저는 주한 외국대사와 그 가족들이 거주하는 사적인 공간이자 소규모 외교 관련 행사를 위한 공적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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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동에 이렇게 대사관저들이 하나 둘 자리 잡기 시작한 건 1970년대부터이다. 현재 주한스웨덴대사관, 주한오만대사관 등 45개국의 다양한 국가의 대사관저가 모여 있다. 용산구 이태원, 한남동과 함께 성북동은 서울의 대표적 외교, 문화의 중심지라는 또 다른 타이틀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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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언덕에는 과거 대사관저였던 주택을 개조한 우손 갤러리가 있다. 삼각 지붕을 지닌 붉은 벽돌집인데 규모가 상당히 크다. 갤러리 바로 옆에 스웨덴 대사관저가 이웃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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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년 된 벽돌 주택을 건축가 김세진이 리모델링해 미술품을 담는 공간으로 변신한 우손갤러리는 3층 건물이다. 1,2층은 전시공간, 3층과 지하 1층은 사무실과 VIP공간으로 마련했다.

층고를 확보하기 위해서인지 외관과 달리 내부는 과감하게 리모델링해서 새로운 화이트큐브로 재탄생해 옛집의 정취는 찾아볼 수 없다. 미술관 직원에게 물어보니 과거에 베네수엘라 대사관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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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손갤러리의 본점은 대구에 있다. 2012년 오픈한 대구 우손갤러리는 그동안 현대미술 거장과 전도유망한 신진 작가를 발굴, 소개하는 데 힘써왔다. 2024년 서울점 개관 기념으로 대구와 서울에서 프랑스 작가 파브리스 이베르의 개인전 <삶은  계속된다>를 동시에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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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밖은 겨울이지만 전시실은 온실에 들어온 듯 온통 나무와 숲이 우거진 풍경화가 펼쳐지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여느 풍경화와 사뭇 다르다. 생물 교과서를 보듯 땅 속에 있는 나무뿌리와 암반, 지하수는 물론 물과 자연의 순환과정을 도식화한 표식까지 보인다. 작가는 사계절 움트는 자연의 생명력과 생태계의 가치를 대형 캔버스에 생태학자의 연구노트처럼 표현했다. 서툰 한국어로 쓴 '두더지', '풍경을 쓰다'라는 문구로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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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화뿐 아니라 나무줄기와 껍질, 인체 모형 등의 오브제를 캔버스에 접목한 작품들도 보인다. 특히 수술대 위에 누워 치료받는 듯한 인간의 몸은 흙으로 빚었다.  인간의 몸에 연결된 여러 개의 호스가 양동이의 물과 연결되어 몸 위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바싹 마른 흙이 양분을 섭취해 촉촉하게 되살아나 온몸에 식물이 돋아난 새로운 생태형 인간이 되어 일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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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애'라는 타이틀은 지닌 이 작품은 자연의 순환과 기적을 암시하는 자연을 향한 작가의 철학과 경외감이 담긴 작품이다. 내 눈에는 대사관저였다가 갤러리로 재탄생한 우손갤러리의 탄생 과정과도 겹쳐졌다. 오래된 집에 촉촉한 예술의 향기를 입혀 한 때 접근 불가했던 대사관저를 모든 사람들이 찾아오는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개관전 기념 선물로 예쁜 초컬릿을 받았다.개관전 기념 선물로 예쁜 초컬릿을 받았다.

전시는 내년 2월 8일까지 무료관람이고 이후 이유진, 이현정, 최병소, 카즈미 나카무라의 개인전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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