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필수로 들어야 했던 여성학 수업에서 '여성 창업가 양성과정'을 들으면 최고 학점을 주겠다는 교수님의 말에 홀라당 넘어가 신청했다. 딱히 '창업'에 대해 관심이 없었지만, 학점에는 관심이 많았던 나는 신청하고 후회했다.
일단 학교와는 1시간 거리에 있는 곳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3시간씩 수업을 들어야 했고, 수업의 하이라이트로 2박 3일 워크숍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아... 쉽게 가려고 했는데 쉽지 않네.'
라고 나직이 내뱉던 시간들이었다.
실제 수업을 듣는데 정말 나와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였다. 이미 성공한 여성 창업가들을 만나 그들의 성공 스토리를 듣는 것이 누구에게는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었겠지만 나에겐 오히려 역효과였다. 영웅적 스토리에 나는 창업은 무슨, 회사생활 열심히 해야겠다고 더 다짐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일단 하면 불만을 가득 갖고 있음에도 최선을 다하는 이상한 성질머리를 가진 나는 이 수업에서 상을 받았다. 그렇게 나는 창업 지원과 팀원이 얼떨결에 생겼다. 나는 대표가 되고 싶지 않았는데, 갑자기 내가 하겠다는 아이템이라면 같이 하겠다고 덤벼드는 팀원들을 만났다.
어떤 창업 아이템을 해야할 지 생각하다가, 지난 방학 때 개발도상국(캄보디아)에 의료선교를 다녀오면서 선진국에서 수출한 중고 의류가 쓰레기 더미처럼 쌓여있는 것이 생각났다. 의류 산업과 자본주의로 인해 사회적 약자가 피해를 본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창업 아이디어를 고민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의류 중고 물품 판매. 지금은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중고물품 판매하는 플랫폼이 있지만 당시에는 중고나라라는 네이버 카페가 다였다. 의류로만 초점을 두고 판매를 해보고 싶었다. 이 아이디어로 공모전을 준비했고, 또 운 좋게 2등 상을 받았다.
회사를 운영해 본 경험이 없었기에 너무 서툴렀고, 1년이 될 즈음 팀원들이 한 두 명씩 취업했다. 그 과정에서 나 또한 불안했고, 취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취업이 끝까지 되지 않았던 친구는 나와 창업을 하겠다고 남았다. 그 친구에게 나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첫 창업이라,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그렇게 남은 두 사람 모두 헤어지면서 호기롭고 얼결에 시작한 나의 첫 창업은 문을 닫았다.
가끔 그때를 떠올리면, 34살의 내가 24살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다.
너는 왜 그렇게 겁이 많았느냐고, 해봐도 되지 않느냐고.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버리고는 취업해서 살아온 시간 동안 늘 한편이 불편하고 아쉽지 않았느냐고.
그리고 떠올리곤 한다.
여전히 겁이 많고 갈팡질팡하는 24살의 모습이 남아있는 34살의 나에게 44살의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하고.
두 번 다시, 같은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글을 쓰게 되었다.
두려워하는 나의 감정을 직면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버리더라도 그 과정을 남기다 보면 좀 더 내가 원하는 그리고 나다운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