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무엇이 아니라 왜였다.
창업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한쪽 마음 구석이 아릿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공동 대표'
나는 이 말이 왜인지 든든하게 느껴졌다. 나 혼자 대표가 아닌, 이 광야 같은 공간에 누군가 나와 함께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을 만들어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가!
사회에서 만난 친구 중 제일 좋아하는 친구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이미 프리랜서로 일을 오래 했고, 사업자도 있었다. 오랜 조직 생활에 익숙한 나로서는 한때 동기였던 그녀와 어쩌다 일을 다시 함께 하면서 언니처럼 대단해 보였고 엄청난 성장을 했다는 것을 느꼈다.
이미 정글에서 다양한 사람과 상황을 만난 그녀가 당황하지 않고 스무스하게 일처리 하는 하는 모습에서, 이 친구와 함께 창업을 해야겠어! 싶었다. 또, 그녀는 내가 아는 친구 중 다정해 내 속마음을 나도 모르게 줄줄 이야기하게 되는 친구이기도 했다.
둘이 처음엔 이야기를 하다, 의도치 않게 지인과 모인 자리에서 우리의 플랜을 공유하게 되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3명이 되었다. 다다익선이라 생각했다. 3명이면, 더 든든하다고.
그러나, 창업의 윤곽을 그려나가면 나갈수록 다다익선이라 생각한 나와 씨름하게 되는 시간이 늘어갔다.
당시 내 일기장에는 이런 질문들이 반복해서 적혀있다.
'자연스럽게 대표의 역할이 나로 좁혀지는데 공동대표로 사업을 하는 게 맞는 걸까?' '나 혼자라면 처음 경험하는 상황들에 당황해 얼레벌레 망쳐도 괜찮지만, 동업자들에겐 피해만 주는 건 아닐까?' '동업자들과 비즈니스를 어디까지 어디까지,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걸까?' '단지 성격이 달라서 안 맞는 걸까? 아니면, 사업의 방향이 달라서일까?'
그렇게 3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같이 하자고 이야기 한 나는, 같이 하지 말자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돼버렸다. 지금 욕먹고 혼이 나든, 화를 받아들이든 액션을 취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이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나답지 않은 생각과 행동을 반복해서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래 알고 지냈기에, 더 보여주고 싶지 않은 치부가 있다. 이 부분을 보여주고 깨나 갈 때 더 단단해지고 함께 할 수 있는데 나는 깨지 못했다. 그리고 창업 아이템이 '무엇'이고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꽤나 많이 깊이 나누었지만, 정작 '왜'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깊이 나누지 못했다.
그렇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내 인생에 '공동 대표'라는 단어는 delete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대표까진 아니더라도 함께 회사를 만들어가는 든든한 크루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공동대표를 구하는 것은 평생 함께할 반려인을 구하는 것과 비슷하다. 쉽게 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관계이기에, 가치관이 비슷하면서도 상호보완적인 관계여야 한다. 여기에 ‘지속가능성’을 위한 셀프 모티베이션이 강하고, 끈기가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우리 결혼하자!라고 하면 상대방도 나도 부담스럽기에, 애인을 구하기 어렵듯 공동대표나 크루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한번 알아가 보자, 하는 마음과 태도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나 일을 같이 해본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같이 프로젝트를 해보면서 서로를 알아가 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히 좋은 사람을 공동대표나 크루로 구했다고 해서 끝나는 건 아니다. 앞으로 서로를 위한 장기 플랜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차차 이야기 나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