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해보지 않고 쉽게 결론을 내지 않는 걸로
작년에는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집중했기에 오프라인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참여 요청을 몇 번 받았지만, 목적과 목표가 없는 일은 잘 안 하는 편이라 그저 관람객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브랜드 사업으로 피봇팅 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오프라인 행사에 나갔다. 아직도 떠올리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첫 오프라인 행사.
날 좋은 봄날에 서울숲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중고물품을 모아 판매하는 플리마켓 한쪽에 우리 팀은 잠옷을 들고나갔다. 잠옷의 소비자가가 오프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없는 가격이었기에, 우리는 오프라인 참여 목적을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높이는데 의미를 두었다.
사람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우리 브랜드 채널을 팔로우 할리 만무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급히 비건 향초를 의뢰해 준비했다. 사람들에게 향초를 전했고 팔로우를 부탁드렸지만, 해주는 분들은 20% 남짓이었다. 매출 0을 찍었다. 망한 행사였다.
3개월 뒤, 또 다른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팔아본 경험이 없다 보니, 정작 구매하겠다는 소비자를 위한 준비는 하나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에겐 카드 결제기조차 없었다. 인내심 많고 착한 고객 몇 분은 우리 통장으로 계좌이체를 해서 물건을 구매해주셨다.
이번 행사도 그렇게 매출이 높진 않았지만, 첫 행사보다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기에 감사했다. 판매한 금액 30만 원을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들을 위해 기부했다.
어느 날 저녁 9시에 이런 문자가 왔다. ‘00 대표님께 소개받아 연락드렸습니다. 우리 팀이 9월 초에 오프라인 마켓을 하는데, 참여해보실래요?’
관련한 메일 속 첨부파일을 꼼꼼히 읽어보고는, ‘안 해야지’ 생각했다. 우리 팀은 오프라인과 결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참가비가 55만 원이었다. (지난번 매출이 30만 원이었는데…!) 55만 원과 3일 오프라인 행사 때 우리 팀의 인건비까지 생각하면 안 하는 게 옳은 의사결정이었다.
팀 회의를 하면서, 앞선 오프라인 행사에서 경험한 교훈 2가지를 꺼내면서 또 번 도전해보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오프라인에서도 팔 수 있을 만큼의 가격선의 제품을 들고나갈 것
오프라인 고객의 구매 여정을 고려해 철저히 준비할 것(카드 단말기 꼭 구매할 것!)
마침 2만 원 대의 신제품을 준비 중이었기에 1번은 준비할 수 있었다. 매출보다는 이번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 직접 반응을 보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가 배운 교훈을 적용해 가설 검증한다는 측면에서 나갔다.
200개 물건을 들고나갔는데 180개를 팔았다. 처음 보는 브랜드임에도, 필요하다고 느낀 고객들은 고민하지 않고 지갑을 열었다. 내 생애 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최고로 많이 긁어본 행사였다.
우리가 세운 가설은 적중했다. 특히 신제품이 판매되는 것을 보면서,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소비자 문제를 해결해주는 제품은 팔린다는 것을 뼛속 깊이 박히게 되었다.
이번 행사에서도 또 배운 것이 있다. 해보지 않고 쉽게 결론을 내지 않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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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앤컴퍼니에서 주관한 '오감수집마켓' 3일 동안 브랜드를 소개하는 자리에 나가는 기회가 하루 2번 있었다. 총 6번에 걸쳐 소비자 앞에서 브랜드를 소개하고, 우리 제품을 선물로 주는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어서 좋았다.
소비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질문과 의견을 바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도 자주 팝업 스토어에 나가 고객을 만나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