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한산대첩
GS 리테일에서 운영하는 환경 제조 창업 지원 프로젝트에 운 좋게 선정되어 5개월 남짓 참여했다. 환경 특화된 브랜드 사업을 운영하시는 대표님들을 한자리에 만날 수 있었다. 나름 친환경 정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거의 다 알고 있는 브랜드여서 더 반가웠다.
그런 반가움도 잠시, 매주 사업 성과를 공유하는 시간이 정규 프로그램으로 있었는데 그 시간이 정말 괴로웠다. 매출이 증가했다, 판로를 더 확대했다, 여러 지원 사업에도 선정되었다, 새로운 인력을 뽑는다 등 부럽고도 내게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소식을 듣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숫자 앞에서 자꾸 나는 작아지게 되었다. 3주 정도 지났을까, 나는 생각과 태도를 고쳐먹기로 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기로 했다. 대표님들에게 내가 하고 있는 사업적 고민을 나누고, 조언을 구하는 시간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또, 대표님들의 이야기를 모두 기록해 우리 회사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빠르게 적용해보았다.
제품 카테고리가 겹치지 않지만, 브랜드 운영 방향성이 비슷한 대표님이 계셨다. 대표님은 디자인 역량이 뛰어나셨고, 글로벌 디자인 영역으로 특화해 브랜드 전개하시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나 또한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디자인 감도에 대해서 오랫동안 특훈을 받아왔다. 주변에서 늘 감각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왔기에, 우리 팀도 자신 있는 부분을 부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그 결과, DDP 디자인 페어에서 신제품 2개가 우수 제품으로 선정되었다. 또 코트라 내수 수출 기업으로 선정되어 일본 시장 진출을 우선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중간 평가를 받아 환경 심화 과정을 듣는 기회를 얻었다. 사회적 가치 평가를 측정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우고, 환경친화적인 뷰티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는 톤 28 정마리아 대표님을 만나 대표님과 브랜드의 성장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대표님들과 같이 밥 먹고 차 마시면서 서로를 위한 이야기를 해주는 시간이다. 또 협업 지점을 찾아서 실행해보는 것 또한 의미 있었다.
최종 평가의 결과는 어느 순간 중요하지 않았다. 프로그램 내내 나는 치열하게 고민했고, 배웠고 그리고 적용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성장한 나와 브랜드를 보았기에 만족했다. 그런데 우수상이라는 귀한 상을 받았다.
최근 추석 연휴 때 본 영화 ‘한산’에서 이순신 장군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우리에겐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
압도적인 승리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가 싶지만, 우리 팀 상황에서는 대단한 동료 대표님들과의 경쟁이었다. 모두 열심을 다하는 상황에서, 우리 팀이 가진 무기는 너무 적고 초라했다. 프로그램 내내 우리 팀은 지원한 사업에도 모두 떨어지고, 매출 또한 저조했다. 왜를 압도적으로 승리해 조선에 희망을 준 한산대첩처럼, 자신감을 잃어버린 우리에게 자신감을 불어준 의미 있는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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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 리테일 에코 소셜 프로젝트 5기 우수상을 받아 인터뷰에 참여했다. 인터뷰에서도 공유한 이야기지만,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남겨둔다.
선한 뜻을 가진 대표들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에 만족도가 제일 높았다. 대표라는 역할이 굉장히 많은 업무를 소화해야 하기에 바쁘다. 같은 뜻을 가진 대표님들을 한 자리에 모여 만나고, 각자 어떤 고민이 있는지 나누고 서로 도움이 될만한 협업점을 찾아 실행한 것에 의미가 있었다.
그다음으로는 일대일 코칭인데 사업을 하고 있는 선배 대표님과 매주 코칭을 명목으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다는 것이 큰 도움이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브리핑하고, 선택에 대해 고민이 있는 부분을 꺼냈을 때 선배 대표이자 코칭님이 답을 주는 건 아니지만,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질문으로 이끌어주어서 좋았다. 내가 가진 역량과 장점을 이야기해주시는 것도 피봇팅 하는데 자신감을 얻기도 했다.
특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톤 28 정마리아 대표님이다. 소셜 미션을 가진 선배 대표님을 만나서 지금 제가 하는 고민을 그분이 하셨다고 이야기해주셨을 때 왜인지 모를 위로를 받았다. 정마리아 대표님께서 해주신 팁을 나 또한 실천하고 있다. 지키고 싶은 원칙을 적어 프린트해 제 자리에 붙여두었다.
지원해 선정된 분들은 내가 얻은 것 이상을 얻어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