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여행
가족에게 브런치를 공개한 이후, 항의가 쏟아졌다.
“내가 언제?”라는 홍양의 따가운 눈총, “아빠, 어릴 때 비행기에서 똥 싼 얘기를 쓰면 어떡해?”라는 아들과 딸의 원성.
홍양은 “우리 가족의 사생활을 브런치 소재로 삼지 마!”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왜 가족에게 공개를 했을까 후회가 되지만, 견뎌야 한다.
하지만, 가족들도 불평을 하면서도 때때로 ‘라이킷’은 해주고 있다.
경주 벚꽃 마라톤 대회를 신청한 이후, 우리는 식단 관리를 시작했다.
목표는 규칙적으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다.
그럴싸한 목표 아래, 우리는 닭가슴살이 아닌 주말마다 고기를 구워 먹는다.
주말인 이유는 우리가 주말부부이기 때문이다.
집에서 구울 때도 있고, 밖에서 먹을 때도 있다.
고기 굽기와 세트로 따라오는 건 소주다.
소주 없는 고기는 상상이 안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 볼 수 없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주말 저녁을 특별하게 보낸다.
고기를 구우며 소주 한 잔을 기울이고, 밀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우리가 일주일 중에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지난 토요일 새벽 5시, 우리 둘은 눈이 떠졌다.
다시 잠들기엔 애매하고, 침대에서 뒹굴기엔 아까운 시간.
우리는 운동을 하기로 하고, 헬스장에 갔다.
함께 2시간가량 운동을 하고, 샤워 후 집으로 돌아왔다.
운동이란 참 신기하다. 가기 전에는 귀찮고 싫지만, 막상 하고 나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운동 후의 개운함 속에서 아침을 먹으며 저녁 장소를 제안했다.
“오늘 저녁에는 OO 고깃집을 가볼까? 전에 회식을 했던 곳인데 괜찮더라고. 그런데 시내에 있어서 집에서 40분 정도 가야 해.”
홍양은 “콜”하고 쿨하게 대답했다.
문제는 이동 수단. 차를 가져가서 대리를 부를까? 택시로 이동할까? 고민을 하다가 오랜만에 시내에 간 김에 거기서 늦게까지 놀자고 의견 일치를 보았다.
마침 회사 복지 포인트로 근처 호텔 예약이 가능하여 아예 1박을 하고 오자고 판을 키웠다.
집에서 40분 거리인데 1박으로 놀다 오다니…
우린 아직 철이 덜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체력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OO 고깃집에서 우린 고기를 구우며 소주를 마시면서 대화의 주제는 끝없이 이어졌다.
아들, 딸의 요즘 관심사와 언제 결혼을 할 것 같은가?라는 얘기,
아내의 학원 운영 고충과 학부모 상대가 너무 어렵다는 얘기, 은퇴 후에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연금 이야기까지.
하나하나가 브런치 소재감이긴 한데…
여하튼 이 대화들로 자연스럽게 2차, 3차로 이어졌다.
이 모든 주제를 나와 가장 깊이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홍양이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물론 즐겁다. 나이가 어릴 때에는 재미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각자 하는 일도 다르고, 서로 상황도 다르기 때문에 섞일 수 없는 대화 주제들이 점점 많아졌다. 결국 과거 이야기를 반복하며 웃고 떠드는 게 전부다.
물론 친구들과 만나서 웃고,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은 노년에 외롭지 않으려면 친구들을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I 성향 때문일까?
E 성향인 홍양도 친구들을 거의 만나지 않는다.
최재천 교수님은 책에서 황동규 시인의 “홀로움”을 언급하며 "외로움"과는 다르다고 했다.
스스로 선택한 혼자 있음은 외로운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지금 우리는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각자의 시간도 존중한다.
서로의 ‘홀로움’을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동반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