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한입

희토류가 뭐길래 미국은 중국에 쩔쩔맬까?

by namddang

2010년, 센카쿠 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일본이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인 어부를 체포하자, 중국은 즉각 희토류 수출 중단을 선언했고, 일본은 결국 중국인 어부들을 무조건 석방하는 굴욕을 겪었다.

트럼프가 중국에 145% 관세 유예 종료 하루 전에 90일 재연장했다. 중국의 희토류 압박에 또 TACO (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난다.)를 보였다.


그럼 희토류가 뭐길래 이렇게 미국과 일본이 중국에 쩔쩔맬까?


희토류는 'Rare Earth Elements'의 한자식 표현이다.

드물 '희'자와 흙 '토'자이다. 이름에 '토(흙)'가 있지만, 희토류는 금속이다.

희토류라는 이름은 지구상에 희귀하게 존재해서가 아니고, 원소를 분리하기가 어려워 순수한 상태로 존재하는 양이 적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주기율표 아래쪽에 따로 떨어져 있는 두 줄 중에 위에 있는 원자번호 57번 (란타넘, La)부터 71번 (루테튬, Lu)까지 15종과 원자번호 21번 스칸듐(Sc)과 39번 이트륨(Y)을 더하여 총 17종이 희토류다.


이들은 다시 경희토류(가벼운 원소)와 중희토류(무거운 원소)로 나뉜다. 경희토류는 57번 란타넘(La)부터 62번 사마륨(Sm)까지이고, 중희토류는 63번 유로퓸(Eu)부터 71번 루테튬(Lu)이다.


경희토류는 비교적 흔하고, 중희토류는 중국에 편중되어 있다.

중희토류는 경희토류보다 희소하고 가공도 더 어려워 그만큼 가치가 더 높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중국 정부는 7종의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다.

제한된 7종의 희토류는 사마륨(62번, Sm), 가돌리늄(64번, Gd), 테르븀(65번, Tb), 디스프로슘(66번, Dy), 루테튬(71번, Lu), 스칸듐(21번, Sc), 이트륨(39번, Y)이다.

특히 디스프로슘(66번, Dy)은 희토류 중의 희토류다. 디스프로슘은 그리스어로 dysprositos(얻기 힘들다)를 따서 이름을 붙일 정도로 얻기 어렵다. 이 원소는 영구자석 성능 향상에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영구자석은 전자기기나 전기차 모터, 로봇 등에 꼭 필요하다.


희토류는 반도체, 스마트폰, 첨단 IT, 전자제품 생산에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중희토류는 미사일, 레이더, 영구 자석, 배터리 등 다양한 민간, 군방 핵심 분야에 활용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에 따르면, F-35 전투기, 토마호크 미사일, 무인기 등에도 희토류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미국이나 일본은 이러한 희토류를 단순히 자원이 부족해서 중국에 쩔쩔매는 게 아니다. 희토류가 매장되어 있어도 이를 정제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수십 년간 채굴부터 정제 (분리/가공), 생산까지 전 과정을 통합한 공급망을 구축했다. 덩샤오핑은 1992년 내몽골자치구를 방문했을 당시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바 있다.

중국은 희토류를 자국 내에서 채굴하고, 이것을 원료로 영구자석과 배터리를 만들어 전기차와 풍력발전기를 생산하는 체계를 갖추었다.

중국은 자원 부국과 기술 강국의 2개 타이틀을 거머쥔 것이다.

하지만, 희토류를 채굴하고 정제하는 과정은 엄청난 환경오염과 그 오염에 따른 노동자들의 안전 문제가 발생한다. 중국은 환경규제가 느슨하고, 노동자 위험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 희토류 강국이 된 것이다.


사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자 수출국은 미국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희토류를 전략 물질로 인식하지 않았다.

이후 중국산과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자국 내의 엄격한 환경 규제 탓에 희토류 산업은 채산성이 떨어져 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

그러다가 일본 센카쿠 열도 분쟁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이후, 미국은 희토류를 전략 물자로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중국은 기술, 물량, 가격에서 절대 우위를 점했기 때문에 단기간에 판을 뒤집기 어렵다.

희토류는 국가 안보 및 첨단 산업 전체가 영향을 받기에 미국, 일본, EU를 비롯한 전 세계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달 표면에는 캘 필요도 없는 희토류 덩어리가 깔려 있다고 한다. 그린란드는 중국을 제외하고, 중희토류를 대량으로 채굴할 수 있는 드문 지역이라고 한다.

일론 머스크가 취미로 스페이스 X를 개발하는 게 아니고, 트럼프가 괜히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겠다는 얘기가 나온 게 아니다. 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20세기는 석유가 국제 정치와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이었다.

21세기는 '첨단 산업의 쌀'로 불리는 희토류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세계 질서를 바꿀 수도 있다.

현재로는 중국이 단연 앞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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