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배터리와 중국산 배터리는 품종이 다르다?
얼마 전,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전기차용 리튬인산철(LFP, Lithium ion Fe Phosphate, LiFePO4) 배터리를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이 처음으로 미국 현지에 전기차용 LFP 배터리 라인을 구축하는 것이다.
게다가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저장시스템)용으로 무려 6조 원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계약 상대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테슬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테슬라를 전기차 업체로 알고 있지만, 테슬라의 진짜 미래 먹거리 사업은 에너지저장 사업이다.
아무튼 우리나라는 LFP 배터리 선두주자인 중국과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갔다.
미국의 중국 제재 덕분에 한국산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이슈없이 중국산과 경쟁하려면 가격, 기술력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동안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 SDI, SK온)는 삼원계(NCM, NCA) 배터리에 집중해 왔다.
이 배터리는 니켈(N), 코발트(C), 망간(M) 또는 알루미늄 (A)의 3가지 금속과 리튬을 결합한 리튬금속산화물을 양극재로 사용한다. "삼원"은 양극재를 구성하는 3가지 금속 원소인 니켈, 코발트, 망간 또는 알루미늄을 의미한다.
하지만,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이 모두 희소금속이기 때문에 공급망 리스크와 원가 부담이 크다는 약점도 있다.
반면, 중국은 LFP 배터리 생산 전략으로 나섰다.
값싼 인산철을 쓰면서 대량생산 체제를 갖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고, 결과적으로 중저가 전기차 시장을 장악했다.
LFP 배터리는 고가인 니켈, 코발트 대신 저렴한 인산철을 사용해 삼원계 대비 가격이 20∼30% 싸고 안정성이 높다. 하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전기차에 탑재할 경우 주행 거리가 짧다.
한국 기업들이 주력으로 하는 삼원계는 프리미엄 전기차에, LFP는 중저가 전기차에 주로 탑재된다.
최근에는 중국의 CATL사가 또 하나의 깜짝 발표를 했다. 올 연말부터 나트륨 이온 배터리 (SIB, Sodium Ion Battery)를 양산하겠다는 것이다. 이건 배터리 시장에 거의 '게임 체인저' 수준이다.
SIB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LIB, Lithium Ion Battery)에서 사용되던 희소금속 - 리튬, 코발트- 대신 비교적 풍부하고 저렴한 '나트륨 (Sodium)'을 사용하는 배터리다.
최근 CATL은 성능을 대폭 개선하여, LFP 수준에 근접한 에너지 밀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LIB에 비해 나트륨이 안정하기 때문에 화재 위험성이 줄어든다. 자동차 배터리에 적용 안 할 이유가 없다.
머니투데이는 기사 제목을 "LFP 배터리 따라잡았나 싶더니.. 더 싸게 소금 뿌리는 중국"이라 표현하였다.
나트륨 = 소금 (NaCl, 염화나트륨)에 비유하였다.
기술, 가격, 안정성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췄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배터리에 대해 궁금해질 것이다.
배터리는 4가지 소재가 핵심이다.
1) 양극재(Cathode)
배터리의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소재다.
삼원계, LFP, SIB 배터리는 이 양극재 구성에 따라 구분된다.
충전할 때 리튬이온과 전자가 양극에서 빠져나가 음극으로 간다. 전자를 내주기 때문에 산화반응이다.
방전할 때 음극으로 이동한 리튬이온과 전자가 다시 양극으로 이동한다. 전자를 받기 때문에 환원반응이다.
2) 음극재(Anode)
보통 흑연을 사용한다.
양극에서 넘어온 전자와 리튬이온을 받아 보관했다가 방전 시 방출한다.
전자는 외부 회로를 통해 전류를 흐르게 하고, 리튬이온은 전해질을 통해 양극으로 이동한다.
3) 분리막(Separator)
양극과 음극이 직접 닿는 걸 막아주는 얇은 막이다.
양극과 음극이 닿게 되면 단락(short)이 일어나고 이는 화재의 원인이다. 때문에 분리막은 배터리의 안전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4) 전해질(Electrolyte)
리튬이온이나 나트륨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오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체이다.
(출처: Researchgate)
지금까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고급형 전기차용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해 왔다.
반면, 중국은 LFP로 보급형 시장, 멀지 않은 미래에 SIB가 출시되면 시장을 장악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배터리사는 중저가 LFP 개발 시기를 놓쳤고, SIB까지 실기를 한다면 중국에 배터리 시장을 완전히 넘겨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우리나라 배터리사들에게도 중요한 전환점이다.
배터리는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가격, 기술, 안전성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