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한입

우리나라 NCC는 왜 경쟁력이 없어졌을까?

by namddang

최근 뉴스에 나프타 분해설비 (NCC) 감축 및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한때 국가 기간산업이자 '수출 효자'였던 석유화학산업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그리고 NCC가 뭘까?

생수병, 장난감, 리모컨, 비닐봉지, 합성섬유.

우리가 매일 만지고, 접하는 물건들의 출발점은 원유(Crude Oil)다.

원유를 정유공장에서 끓는점 차이에 따라 분리하면, LPG, 나프타, 등유, 경유, 중유 등 다양한 물질이 나온다.

울산이나 여수, 대산의 공업 단지를 지나가다 보면, 높게 솟은 타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타워들을 증류탑이라 부른다. 여기에서 원유를 가열하고, 차갑게 하면서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으로 분리한다.

<출처: SK 분별 증류>


그중 나프타(Naphtha, 탄소수 5~12개를 가진 탄화수소)를 800oC 안팎의 고온에서 깨서(Cracking, 분해), 더 작은 탄소수를 가진 에텔렌(탄소수 2개, C2H4), 프로필렌(탄소수 3개, C3H6) 같은 물질을 생산하는 설비(Center)가 NCC (Naphta Cracking Center)다


NCC 제조공법은 분해, 급랭, 압축, 냉동, 분리 정제 공정으로 나뉜다.

분해공정은 고온으로 나프타를 탄소수가 적은 탄화수소로 깨는(Cracking) 것이다.

급랭공정은 분해공정을 거치고, 열교환기를 거쳐 온도를 낮추어 분해된 탄화수소가 서로 반응하지 못하게 한다.

압축공정은 분해된 가스 부피를 감소시키기 위함이다.

냉동공정은 탄소수가 적은 물질부터 차례로 응축시켜 분리하기 위함이다.

분리 정제공정은 순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단순하게 정의하면 긴 물질을 뜨겁게 하여 짧은 물질로 부수고, 차갑게 하여 짧은 물질을 잘 분리하는 기술이다.


에틸렌은 플라스틱과 비닐, 합성 고무의 원료라서 '석유화학의 쌀'이라 불린다.

프로필렌도 플라스틱, 합성 섬유, 아세톤, 포장재 등의 다양한 생활필수품의 재료다.


NCC는 우리나라 대표 기간산업이고, 주력 수출 산업이다. 우리나라는 생산능력 기준 세계 4위 강국이다. 울산, 여수(여천), 대산에 대규모 단지가 몰려 있다. 한때 중국에 수출을 많이 해서 짭짤한 수익을 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은 최근 10여 년간 스스로 대규모 NCC를 짓고, 직접 생산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국가의 제재를 받고 있는 틈을 타서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를 값싸게 들여왔고, 저렴한 인건비로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발 에틸렌 공급 과잉이 되었고, 우리나라 수출은 급감했다. 중국은 2020년 이후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원유를 100% 수입해야 하는 비산유국이다. 때문에 원유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근본적으로 원가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

반면, 미국은 자체로 생산하는 셰일 오일을, 중동은 원유를 바로 사용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훨씬 높다.

일본과 독일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비산유국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2010년대부터 중국의 공급 과잉을 대비했다. NCC설비를 줄이고, 구조 조정에 나섰다.

또한, 과거 NCC에서 생산되는 범용 제품에서 전자 소재, 정밀화학, 기능성 소재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방향을 바꿨다.


우리나라는 '이미 예견을 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전환이 늦었다. 그동안 투자된 설비가 아까워서 주저했을 것이다.

얼마 전에 정부와 석유화학업계는 최대 370만 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 감축에 합의했다. 국내 설비 용량의 25% 규모이다. 중국과 경쟁이 안되니 수출은 포기하고 국내에서 소비할 수 있는 정도만 생산한다는 취지다.

2021년 요소수 사태처럼 해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위험을 피하고, 최소한의 국내 내수 시장은 지키기 위한 선택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전자, 자동차, 건설, 섬유 등에 기초 소재를 공급한다. 때문에 석유화학산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범용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전략은 한계에 도달했다.

석유화학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잉 설비 축소가 우선되어야 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는 업계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하며, 먼저 자구 노력을 하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체마다 입장이 달라 서로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보니, 구조조정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상황이다.


지금의 석유화학산업은 경기 순환에 따른 사이클 문제가 아니다. 단순한 불황이 아니라는 의미다.

가장 비중이 높은 중국 수출이 막혔고, 원가 경쟁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우리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중국과 기술 차별화를 위한 정밀화학제품, 친환경 제품 개발로 나가야 한다.

양(Quantity)보다는 질(Quality)로 승부를 해야 하는 시점이다.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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