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한입

LNG선은 어떻게 -163도 LNG를 싣고, 태평양을 건널 수 있을까?

by namddang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조선, 원자력 등 5개 분야에서 11건의 계약과 MOU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그중에는 2028년부터 10년간 매년 330만 톤 LNG를 신규 도입하는 내용도 있었다.

우리나라가 사용하는 LNG는 미국, 호주, 카타르, 오만, 말레이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수입된다. 수입된 LNG는 인천, 평택, 통영, 삼척, 제주, 그리고 곧 완공될 당진의 한국가스공사 터미널을 비롯해 포스코 인터내셔널의 광양터미널, GS와 SK가 운영하는 보령터미널에 저장된다. 앞으로 울산, 여수, 통영에도 추가 터미널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LNG는 반드시 바다를 건너야 한다. 그러므로 LNG선은 에너지 수송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미국 텍사스에서 LNG를 실은 선박은 파나마 운하를 지나 태평양을 건너 우리나라 터미널까지 도착한다. LNG선 한 척으로 운반하는 양은 올림픽 규격 수영장 (50m 길이 x 25m 폭 x 2m 깊이) 약 70개를 가득 채울 수 있을 만큼 방대하다. 이 양은 우리나라가 대략 하루 정도 쓸 수 있는 양이다.

그렇다면 LNG선은 어떻게 -163도라는 극저온 액체를 싣고 한 달 가까이 항해할 수 있을까?

얼음이 가득 든 아이스커피를 보온병에 넣어도 하루 정도 지나면 얼음은 다 녹아버린다. 그런데 LNG선은 한 달 이상 극저온의 LNG를 유지한다. 그 핵심은 바로 저장탱크와 단열(Insulation) 기술이다.

먼저, LNG선의 저장탱크는 극저온에 견딜 수 있는 특별한 합금으로 제작된다. 일반 금속은 극저온에서 취성(깨지는 성질)이 급격히 증가해 작은 충격에도 쉽게 파괴된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액체 질소로 로봇을 얼린 뒤 산산조각 나는 장면이 바로 금속의 취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터미네이터 - 액체 질소(-196도)때문에 로봇 깨지는 장면>


LNG 저장탱크 역시 일반 금속으로 만들면 극저온 LNG를 담는 순간 쉽게 깨질 수 있다.

또한, 탱크 외부에는 열이 내부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두꺼운 단열재가 설치된다. 이 단열재는 -163도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핵심 기술이다.

우리나라 한국카본과 동성화인텍 두 회사가 조선 3사 LNG선에 이 단열재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LNG선 저장탱크는 GTT (프랑스)라는 회사가 설계/제작 특허를 독점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LNG선 한 척당 계약 금액의 약 5%, 대략 100억 원을 로열티로 가져가고 있다.

이러한 극저온의 LNG를 LNG선에 싣기 위해서는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갓 완성된 LNG선 저장탱크 안은 외부와 똑같은 공기로 가득 차 있다. 이 상태에서 극저온 LNG를 바로 주입할 수 없다. 왜냐하면 위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금속 취성 때문에 탱크가 깨질 수 있고, 습도 때문에 공기 중의 수분이 얼어 탱크 벽면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재/폭발 위험 때문에 탱크 내부에 산소도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 LNG선에는 'Inert Gas Generator (IGG)'라는 장비가 있다. 이 장비는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첫째, 실리카겔을 통해 수분을 제거한 건조 공기를 생산하고,

둘째, 공기를 태워 산소를 없애고, 질소와 이산화탄소만 남긴 가스 (불활성 가스)를 만든다.

먼저 건조공기를 탱크에 주입해 수분을 제거하고 (약 20시간 소요), 그다음 불활성 가스를 주입해 산소를 제거한다. (약 20시간 소요)

여기까지 작업하면 LNG를 넣을 수 있을까? 답은 '아직 안된다'이다.

불활성 가스에 이산화탄소(CO2)가 포함되어 있어 극저온 LNG와 만나면 드라이아이스 고체로 변하기 때문에 탱크 벽면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온의 천연가스를 터미널에서 공급받아 탱크 내부에 주입하여 불활성 가스를 내보낸다. 이 과정 또한 약 20시간 정도 걸린다.

이제 LNG를 주입할 수 있다. 다만, 처음에는 탱크 금속의 급격한 온도 변화로 인한 손상을 막기 위해 LNG를 조금씩 분사하면서 서서히 온도를 떨어뜨린다. 이를 예비 냉각(Cool-down)이라 하며, 보통 탱크 내부가 -130도 될 때까지 실시하고, 15시간 정도 걸린다.

이렇게 총 3일간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LNG를 본격적으로 주입할 수 있다. LNG를 가득 채우는 데는 약 12시간 정도 걸린다

이후 LNG선은 LNG를 채우고, 운송하고, 비우는 과정을 반복한다. LNG를 터미널로 옮길 때 일부 저장 탱크에 남겨 둔다. 그 이유는 탱크 내부를 계속 극저온으로 유지해서 다음 항차에 곧바로 LNG를 주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는 터미널에서 대기 시간을 줄이고, 접안료 (주차비라 생각하면 됨)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LNG선은 4~5년에 한 번씩 자동차 정기 검사처럼 조선소 도크에 들어가서 검사를 받는다. 이때는 탱크 내부를 사람이 직접 들어가 점검해야 하므로 LNG를 완전히 비우고, 공기를 주입해야 한다. 이 과정도 3~4일 정도 소요되며 검사 후에는 다시 앞서 설명한 3일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LNG를 채울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LNG 저장탱크 외부에 아무리 단열을 잘한다 하더라도 -163도 LNG는 운항 중에 서서히 기화(증발) 될 수밖에 없다. 여름철 외부 기온이 30~40도가 되면, 저장탱크 내부와 외부의 온도 차는 거의 200도에 달한다. LNG는 계속 기체로 변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뜨거운 커피를 텀블러에 넣었다가 열었을 때 '펑' 소리가 나는 이유는 수증기 발생으로 인해 텀블러 내부 압력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LNG 저장 탱크도 마찬가지다. LNG는 계속 끓고 있는 상태이고 가스가 생성되면서 탱크 내부 압력은 높아진다. 이를 그대로 두면 폭발 위험(압력밥솥으로 밥을 할 때 압력이 빠지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면..)이 있으므로 가스를 빼내며 압력 조절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은 LNG선 운항에서 중요한 기술이고,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지면 관계상 다음에 하기로 한다.

우리가 가스레인지나 난방을 켤 때 그 가스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는 보통 생각하지 않는다.

극저온 LNG를 안전하게 싣고, 수만 km 바다를 항해하는 LNG선 덕분에 우리는 에너지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 LNG선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다.

우리가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하는 에너지는 결코 쉽게 오지 않는다. 복잡하고 정교한 인프라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쉼 없이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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