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IMO Net-Zero Framework를 반대할까?
얼마 전, 미국은 국제해사기구(IMO)가 추진하는 해운 부문 온실가스 감축 계획 'Net-Zero Framework'에 반대하며, 이를 지지하는 국가에 대해 보복조치까지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IMO의 'Net-Zero Framework'가 무엇이고, 미국은 왜 반대를 할까?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는 UN 산하 전문기구로서 해사 안전과 보안, 선박 환경오염 방지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다. 전 세계 물동량의 80% 이상이 해상을 통해 운송되고, 안전한 항해를 위해서는 해상 국제 법규가 필요하기 때문에 IMO가 창설되었다.
IMO는 국제 해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도입해 왔다.
2013년부터 '신규 선박의 설계 단계에서 에너지 효율을 규제하는 EEDI (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 에너지효율설계지수)'를 시행했다. 이후 기존 선박에도 동일한 개념을 적용한 EEXI (Energy Efficiency eXisting ship Index, EEDI 적용 대상이 아닌 선박 대상)를 도입하였다.
하지만 두 규제 모두 선박 설계 사양을 기준으로 효율을 평가하므로, 실제 운항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는 직접 연관이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IMO는 선박의 실제 운항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CII(Carbon Intensity Index, 탄소 집약도) 규제를 시행했다.
이 세 가지 규제는 모두 IMO의 단기조치로 CO2 배출량을 에너지 효율성 관점에서 관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CO2 배출량 / (운송 화물량 x 운항 거리)
위 식을 보면, 선박이 아무리 많은 CO2를 배출하더라도 장거리 운항을 하며 많은 양의 화물을 싣게 된다면, 즉 분모가 커질수록 '톤-마일당 CO2 배출량'이 낮아진다. 이처럼 절대 배출량 감축이 아닌 상대 효율 중심 규제로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IMO는 중기 조치(Mid-term measure)로 Well To Wake (WtW) 개념을 도입하였다. 이는 연료 생산부터 선박 연소까지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하는 방식이다.
(출처: 한국 선급(KR))
이 기준에 따라 IMO는 GFI (GHG Fuel Intensity, 선박연료의 온실가스 집약도) 개념을 도입했다.
GFI = WtW 온실가스 배출량 (gCO2 e) / 선박의 총 에너지 사용량 (MJ)
GFI는 동일 작업량 (예, 일정거리, 일정 화물량 수송)을 기준으로, 그 작업을 수행하는 데 소비된 총 에너지(MJ, Mega Joule)와 그에 따른 WtW 배출량으로 평가된다.
이는 효율이 좋은 선박일수록 연료를 적게 소모하게 되고, 이에 따라 GFI도 낮아질 수 있다. 즉, 같은 연료를 사용하더라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선박이 GFI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MEPC (Marine Environment Protection Committee, 해양환경보호위원회)는 IMO 내에서 선박의 환경 규제를 담당하는 핵심 기구이다.
MEPC 80(2023년)에서 'IMO 선박 온실가스 감축 전략'이 채택되고, 올해 4월에 개최된 MEPC 83에서 온실가스 감축 중기 조치를 합의하였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63개국 찬성, 16개국 반대, 24개국 기권으로 중기 조치는 승인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산유국은 강력히 반대했고, 미국은 중도에 이탈했다.
해당 중기조치는 'Net-Zero Framework'로 만들어졌으며 다음 달에 MEPC 특별 회기에서 채택될 예정이다. 본 건이 채택될 경우, 2027년 3월부터 발효된다. 역사상 최초로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탄소세라는 의미가 있다. 'Net-Zero Framework'가 최종 채택되기 위해서는 IMO 주요 법안을 비준한 108개 회원국 중 2/3 이상, 즉 72개국 이상이 찬성을 해야 한다.
미국은 "책임 없는 유엔기구가 미국인에게 부과하는 글로벌 탄소세"라 규정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은 새로운 연료기준과 배출량에 대한 대한 탄소세가 선박 운영 비용을 높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새로운 연료가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IMO 회원국들에게 'Net-Zero Framework'를 채택하지 말라는 입장을 전달하고, 이를 어길 경우 관세, 비자 등의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를 했다고 한다.
IMO에서 GFI와 WtW를 강조하는 이유는 업계에 탈탄소 연료 개발과 공급 확대를 촉구하기 위함이다.
이에 대응하는 대안이 ZNZ (Zero & Near Zero) 연료다.
B100 (100% 바이오 디젤), e-메탄올 (그린수소와 포집한 CO2를 합성한 메탄올), 그린 암모니아 (탄소 배출 없는 재생에너지로 생산)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현재 ZNZ 연료는 생산량 부족, 기존 연료 대비 1.5~4배 높은 가격, 공급망 및 항만 인프라 부족, 항공 산업과의 연료 확보 경쟁 등의 여러 현실적 한계를 안고 있다.
따라서 선박 연료로 본격적인 대체가 이루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 'Net-Zero Framework'에 어떻게 대응전략을 세워야 할까?
단기적으로는 선박 에너지 효율 향상과 혼합 연료 활용이다. GFI 구조상 같은 연료를 쓰더라도 연료 소모가 적은 선박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에너지절감장치 (Energy Saving Device, ESD) 설치, 고효율 추진 기술, 선박 저항 감소 기술 등이 활용될 수 있다.
또한, 기존 화석연료에 바이오 연료를 혼합해 사용하면 WtW 기준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다만, 현재 탈탄소를 위해 선박의 대체 연료로 각광받는 메탄올이나 암모니아도 반드시 그린 연료로 생산되어야만 ZNZ로 인정된다. 현재 그레이 메탄올, 그레이 암모니아는 오히려 LNG보다 WtW 배출량이 높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ZNZ 연료를 넘어서 보다 근본적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
나의 주관적 생각으로는 SMR (Small Modular Reactor, 소형 모듈 원전) 상용화가 더 빠르게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SMR은 WtW 기준으로 완전한 제로 배출이 가능하다.
2) ZNZ 연료(e-Fuel) 생산에도 무탄소 전력이 필수인데, SMR은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3)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안정적 전력 공급 유지가 어렵다.
SMR의 상용화가 ZNZ 연료 생산의 전제조건이 될 수 있다. 물론 원자력 추진 시스템 도입에는 규제, 안전성, 경제성 등 넘어야 할 허들은 매우 많다.
하지만, 모두가 "아직 멀었다"라고 말할 때가 바로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하는 시점이다.
탈탄소 연료 전환에서 발 빠른 준비가 곧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