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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이아 Feb 13. 2023

사랑이 아니어도, 이해가 아니어도

<사랑의 이해> 종방 잡감

마지막회를 보면서 우습게도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를 떠올렸다. 삶의 순간순간이 끝없는 다중우주에서 '동시적으로' 펼쳐지고 있다고 해도 우리는 그것들을 경험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완료 가정법으로 시간을 거스르고, 상상의 나래로 복수의 미래를 지어낸다. 우리는 의미의 다중우주를 '경험'한다. 


https://brunch.co.kr/@literacy/123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겐 순간순간의 이해(interest)를 온전히 이해(understand)할 능력은 없다. "~했으면 어땠을까"와 "~하면 ...가 일어날 것인가"에는 일가견이 있지만 순간을 점유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순간'의 존재적 의미일지도 모른다.


다 지난 일, 어차피 일어나지 않을 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지금 이 순간. 그런 것들 속에서 돌아보고 헤아리는 일이 다 무슨 소용인가 물을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인생이 무엇일까 싶다. 



기억과 상상이 충돌하는 순간순간은 제어될 수 없고 어설픈 복기만이 가능하다. 그래서 순간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순간의 지층을 돌아보고 또 다른 시공간에서 만날 지층을 예측하는 것은 아주 조금 가능하다. 


엇갈림은 본질이고 만남은 기적이다. 기적의 환희마저도 시간 속에서 흩어져 간다. 사랑했느냐도 중요치 않고 이해했느냐도 중요치 않다. 그저 서로의 삶을 목격하고 기억하는 이가 어딘가에 있다면, 그리하여 그저 하나도, 단 하나도 망각하지 않을 수 있는 몇 분이 허락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덧. 마지막 회의 마지막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모든 것이 부유하여 뿌연 시절, 또렷한 기억 아니 얼굴 몇이 되살아났다. 재빠르게 <여신강림>의 예고편을 보여주는 OTT는 나를 사랑하거나 이해하지는 못 하는 것 같다. 


경서 - Wonder Why

https://www.youtube.com/watch?v=aWZuhwo3tPY



#사랑의이해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문가영 #유연석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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