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페즈의 골목길을 걸었다.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굉장히 복잡한 길,
그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내 인생도 이토록 꼬였을까...’
매일 같은 골목에서 걷기 시작하지만
그 길에 들어서면 같은 길을 만나기 어렵다.
길치도 아닌데...
길에 대한 두려움이 스며들었다.
길이 좁아서일까?
분명 어제 지나온 것 같은 길인데,
매 순간 낯설었다.
열흘 후 뒤에도 페즈는 매번 새로운 미로였다.
사람은 가보지 않은 길을 두려워하지만,
페즈는 가봤던 길마저 두렵게 했다.
매번 다른 얼굴을 보이는 그 골목길.
하루는 끝까지 걷기로 작정하고 걷고 또 걸었다.
어느덧 해는 저물어 가고
발걸음은 방향을 잃고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아
순간 주저앉아 버렸다.
굳게 닫힌 집 문처럼
그 천년의 견고한 길은
자신의 자리를 쉽게 내어 주지 않았다.
“길은 스스로 찾으라 한다.
두려움을 딛고, 주저앉지 않고, 머리를 굴려
다시 방향을 잡으라고.”
페즈의 미로는 내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사는 것도 그렇다.
수많은 길 속에서 어느 길을 택할지는
오로지 나의 몫이다.
새로운 길을 뚫든, 이미 난 길을 걷든.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것,
두려움에 머물지 않고 나아가는 것.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면,
그 길을 걸어야만 나의 길이 된다는 것.
인생의 길도 결국,
내가 만들어가는 나만의 길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