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니 Apr 07. 2019

회사 내 유일한 간호사가 되었다

업무 변화, 부담감, 그리고 새로운 기회에 대해서

함께 근무하던 간호사 두 명이 퇴사했다.

그리고 회사 내 유일한 간호사가 되었다.


3월, 메디컬팀을 구성하고 계셨던 간호사 출신의 대리님, 주임님 두 분이 퇴사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메디컬팀은 사실상 해체되고, 케팅팀의 내가 회사의 유일한 간호사가 되었다.


병원을 떠나 새로이 시작하는 길목에서 만난 간호사 출신 직장 동료들은 내게 아주 큰 정서적 지지대였다. '  너무 다른 길을 가는 게 아닐까.' 항상 고민    같은 회사에 간호사가 둘이나 더 있다는  .         . , 이젠 정말 혼자가 된 것이다.


대리님과 주임님은 이 회사에 오시기 전에  ,  임상 , 병원   다. 임상 연구와 병원이라니. 이직하시는 곳을 듣자니 막연히 겁이 다. 나도 결국엔 이 곳을 떠나, 익숙한 그쪽 세계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것일까. 발버둥 쳐 봤자, 어차피 엔딩은 예정되어 있는 건가.




늘어나는 업무량, 그에 비례하는 부담감 


퇴사하시는 두 분은 메디컬팀 소속으로, 의료 콘텐츠를 제작하고 의료진(우리 서비스의 사용자)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  업무  . 그리고 두 분이 떠나면서, 그 업무는 간호사인 나에게 자연스럽게 넘어오게 되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메디컬 콘텐츠를 다루고 의료진과 커뮤니케이션하려면 메디컬 백그라운드가 필수적이고, 회사에서 관련 전공자는 나뿐이니까.


    , 여전히 부담은 크다. 이전에 이 업무를 하셨던 대리님, 주임님은 나보다 회사에 오래 계셨던 .      임상연구 혹은 병원 경력을 가지고 계셨, 무엇보다 이 일은 2 . 그런데 이 업무를 두 분보다 경력도 짧고, 회사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내가, 혼자 해야 한다니.


대리님과 주임님의 퇴사가 3월 말로 확정된 후, 나는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업무 인계를 받았다. 메일함은 수많은 참조 메일로 터져나갔다. 하던 일도 적지 않은데, 낯선 업무들을 맡아하려니 막막했다. 중압감에 시달리고,     . 해야 할 업무를 잊지 않으려고 정리하기 시작한 엑셀 시트는 끝을 모르고 길어졌다.




그래서 위기는 결국 기회가 된다.


메디컬팀의 업무를 인계받기 전, 팀장님과 긴 면담을 했다. 앞으로 메디컬 콘텐츠를 어떻게 꾸려가고, 장기적으로   방향에 .


전에는 메디컬팀이 메디컬 콘텐츠를 전담했다. 하지만 메디컬 콘텐츠는 메디컬팀이 단독으로 다루기에 한계가 있었다. 마케팅팀에서 단독으로 다루어도 마찬가지였다. '콘텐츠'의 관점에서 마케팅팀이 담당하면, 콘텐츠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 '의료'의 관점에서 메디컬팀이 담당하면, 콘텐츠의 전달력을 보장할 수 없다. 결국, 메디컬 콘텐츠라는 것은 마케팅과 메디컬, 그 중간의 오묘한 어딘가에  걸쳐져  한다.


그리고 고심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여러모로 적임자가 나라는 것이다!


나야말로 마케팅과 메디컬, 그 중간의 오묘한 어딘가에 걸쳐져 있는 사람이었다. 그동안 공부하고, 병원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메디컬 콘텐츠의 퀄리티는 보장할 수 있다. 는 않지만 마케팅 소양도 키우고 있으니, 적어도 이기적인 콘텐츠를 만들지 않을 자신도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진부한 말을 떠올려본다. 의지했던 동료들이 떠나고, 업무  ,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나만의 정체성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내 업무의 결이 많이 달라질  . 당분간 강제 워커홀릭으로 살아야 하겠지만, 아직은 기대되는 마음이 더 크다. 




마케터가 된 간호사 ; 전 간호사, 현 마케터의 두번째 신입 생활

병원 밖으로 나온 간호사 ; 탈간호 후 격한 방황기 


인스타그램 계정 @writer.moni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