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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을 좋아하는 까닭
맑은 날이 계속되면
땅이 사막화된다는 걸 우리는 안다.
비옥한 땅이 좋다는 건, 비도 맞고 눈도 맞으며 바람에 흩날릴 줄 알았던 그 흔적들이 쌓이고 쌓여 비로소 양분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높고 낮음이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침묵을 바라보며,
마음 깊이 울리는 긴 여운에 취한다.
마침내 정상에서 숨 가쁘게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기에, 내려오는 길에서 무언가를 해낼 수 있겠다는 내면의 소리를 갖게 된다.
좋은 것도 힘든 것도, 아픈 것도 슬픈 것도
다 지나가는 순간이다.
머무르는 것은 나도, 감정도 아니다.
감정을 붙드는 것은 결국 나약한 마음일 뿐임을 알게 된다.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오르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그 풍경까지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고마운 산.
내가 여전히 오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