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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리 Oct 14. 2023

경기히든작가가 되다

내 이름이 새겨진 책 출간!

글쓰기는 아주 내밀한 개인의 영역인 듯 보이지만 실상은 외부로 분출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 어떤 행위보다 능동적인 일이다. 결코 누가 시킨다고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글쓰기에 대한 동기를 지니고 지속할 힘이 있다면 그것은 개인의 은밀한 영역을 벗어난 것이다. 필시 처음에는 홀로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명상과 비슷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을지라도 글을 쓰다 보면 글이 뻗어가고자 하는 강렬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본디 글이라는 것의 본질이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한 명징한 목적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블로그에서 엄마표 기록을 목적으로 시작한 글쓰기는 나를 발견하고 드러내기 위한 글쓰기를 위해 브런치로 옮겨졌다. 거기에 더 자유롭고 편한 소통을 위해 인스타그램에 독서 기록을 남기는 것으로 이어갔다. 글쓰기가 내 삶의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가 자는 아침에 홀로 먼저 일어나 글을 쓰는 행위는 그저 하루에 한 시간만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 한 시간은 온전한 하루를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 된다. 몸이 피곤하거나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어떤 날은 모닝 페이지를 쓰지 못하고 엉거주춤 하루를 시작하기도 한다. 마음에 죄책감이나 지나친 억압은 스스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역시나 그런 날은 하루가 얼기설기 맞춰진 헐렁한 옷을 입은 듯 지나치게 빈틈이 많아진다. 모닝 글쓰기는 나의 감성과 영성, 그리고 하루를 살아가는 체력까지 비축하게 해서 어떤 공격을 받더라도 막아낼 강력한 무기가 되어준다.


글쓰기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게 주어진 모든 관계에 감사하며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추게 해 줬다. 마치 만병통치약이라고 약을 파는 약장수의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꾸준히 모닝 글쓰기를 하는 분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다.



내면의 힘을 단단하게 해주는 글쓰기는 그 에너지를 뻗어 외부로 용기를 낼 수 있게 해 줬다. 처음에는 내가 쓴 글을 다른 사람이 읽는 것이 부끄러웠다. 이것은 여전히 글을 발행할 때마다 힘껏 도움닫기를 해야만 뛰어넘을 수 있는 하나의 통과의례다. 나를 아는 사람과 알지 못하는 사람 모두에게 나의 글이 읽히는 것은 마치 알몸으로 길 한복판에 서야 하는 것처럼 민망하고 부끄럽다. 굳이 그런 감정을 이겨내면서까지 글을 공개해야 할까 하는 회의감도 수시로 밀려들었다. 외부로 분출하고자 하는 글의 에너지와 안으로 숨고 싶은 나의 내면이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곤 했지만, 어김없이 글의 에너지가 강렬했다.


내가 쓴 글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뽐내고 싶어 했다. 내 손에서 뻗어나간 글이지만 자신의 길을 막지 말라는 태세를 취했다. 그렇게 승복하고 글을 공개하면, 그때부터 부끄러움은 내 몫이 아니다.  분출된 나의 에너지가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좋은 파동으로 전달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글 쓰는 사람의 기본 자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레 배워갔다.



나만의 글 놀이터에서 놀면서 진정한 재미를 누려가던 어느 날, SNS에서 <경기히든작가 공모전>이란 홍보 글을 보게 됐다. 글을 지속적으로 쓰면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글 공모전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내공을 더 쌓아야 한다는 핑계로 제대로 도전조차 해볼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경기 히든작가 공모전은 경기도 지역 공모전이었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관한 글이 주제라는 것이 마음에 닿았다.


거창한 상금은 없었지만 당선이 된다면 엔솔로지 형식으로 10명의 당선자의 글을 모아 책으로 발행해 준다는 것도 솔깃했다. 내가 넘을 수 있는 정도의 공모전으로 보였다. 홍보 글을 발견했을 때 마감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음을 알았다. 마음이 급했지만, 걱정은 들지 않았다. 그동안 매일 글쓰기를 해왔고 5일의 시간이라면 원고를 쓰고 수정까지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직감적 계산이 섰다. 다음날 일찍 퇴근한 남편에게 아이 둘의 저녁을 맡기고 근처 카페로 노트북만 들고 갔다. 집중을 발휘할 때였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은 온몸의 에너지를 모아 집중력을 발휘하게 해 줬다.



결혼하고 첫 신혼집만 서울이었다. 이후로는 가계 형편에 따라 경기도 이곳저곳을 돌다 현재 살고 있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정착했다. 현재 살고 있는 동탄에서 동탄맘으로 살고 있는 애환을 글을 주제로 삼으면 될 것 같았다. 마침 ‘동탄맘’이 사회에서 하나의 브랜드처럼 대중적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우호적인 느낌을 주는 브랜드가 아닌, 극성스럽고 유별난 엄마들이란 이미지가 심겨 있었기에 그 브랜드를 제대로 소개해 보자는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주제가 정해지자 3시간 연달아 막히지 않고 글이 써졌다. 짧지 않은 분량을 써야 하는 공모전이었는데 3시간 만에 목표량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동안 매일 글쓰기를 하면서 내공이 쌓였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초고를 완성한 이후로는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수정했다. 나와 나의 동네, 그리고 아이들 이야기를 곁들어했기에 화려하기보단 진심을 담아 소박한 문체로 작성했다. 이리저리 매만지고 다듬었지만, 초고 때 작성했던 글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다 담겼다고 확신하고는 마감 하루 전에 응모할 수 있었다. 결과가 좋으면 더 좋으리라는 것을 알았지만 일단 응모까지 완수했다는 뿌듯함이 크게 다가왔다.


글쓰기라는 좋아하고 일을 찾은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그 글쓰기는 스스로 에너지를 확장하며 내게 용기를 낼 수 있게 했다.  당시 엄마로만 살아가는 내가 나의 이름을 걸고 용기를 내어 새로운 일을 완수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충분히 대견하고 뿌듯한 일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누리는 설렘은 덤으로 오래도록 이어졌다.


한참 후에 받은 결과는, '당선'이었다!


그 뒤로 당선자분들과 한 자리에 모여 서로를 축하하는 시간을 가지고 편집자분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후로 몇 번의 수정과 탈고를 거쳐 진짜로 내 글이 책으로 나왔다.  단독 출간은 아니었지만 내 이름이 또렷이 새겨진 첫 책이었다. 그것은 나의 글쓰기 에너지가 본격적으로 외부로 쏘는 강력한 신호탄이었다. 하나의 작은 성공 경험은 또 다른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뒤로 나는 글쓰기에 더욱 애정을 쏟았고, 글쓰기는 내 삶을 더 힘껏 사랑하게 했다.


사랑하라,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하라. 아우구스티누스가 우리에게 남긴 지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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