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슈얼리티 탐구의 시작

by Tess

내가 이혼한 사실을 인스타에 올리자, 연락이 끊겼던 고등학교 친구 하나가 갑자기 메시지를 보내왔다. 남자 사람 친구. 우리 둘 다 결혼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었다. 그는 27살에 아이가 생겨 결혼했고, 나는 23살부터 6년간 연애한 남자와 29살에 결혼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둘 다 작년에 법적으로 혼인 상태에서 벗어났다.


그 친구는 갑자기 카톡을 보내더니 이렇게 말했다.

“여자가 이혼하고 혼자 산다고 하면 남자들이 어떻게 보는 줄 아냐. 남자 조심해라.”


아니, 누가 누구한테 조심하라는 건지.

나는, 다른 남자와도 자보고 싶어서 이혼한 사람이다. 15년간 단 한 사람과 관계를 맺는 건 나에게도, 전남편에게도 충분히 지루하고 권태로운 일이었다.


그 후로 가끔 연락을 주고받다가, 볼 일이 있어 한번 만났다.

이 친구는 만나자마자 본심을 드러냈다.

“너 내가 첫사랑인 거 알지? 전 와이프랑 사이 안 좋을 때, 너 생각 많이 했어. 차라리 너랑 결혼했으면 어땠을까 싶었지.”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자기가 얼마나 성욕이 강한 사람인지에 대한 설명.


웃음이 났다.

이게 너의 패턴이니? 작업 멘트가 고작 이거야? 겨우 이 수준? 조금만 더 정성을 들이지, 아니면 그냥 참지 그랬냐. 하… 환상이 깨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사실 나도 요즘 불쑥불쑥 올라오는 성욕에 시달리는 중이라, 그냥 한 번 해보려고 했다. 그게 내 목표이기도 했다.

전남편 디톡스 프로젝트.

한번 저질러보기. 엄마가 씌워놓은 정조대 벗기. 자유로워졌으니, 몸이 원하면 그냥 하기. 그리고 그 이후는 내가 감당하기.


그래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었는데,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니까 내가 주춤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말로는 “그래, 한번 하자. 할 수 있어. 나도 달아올랐잖아. 요즘 잠도 못 잘 정도잖아.” 이러는데, 누군가가 진짜 섹스를 목표로 다가오면 나는 얼어붙고 방어적인 자세로 돌아선다.


내 몸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다른 남자 앞에서 옷을 벗는 일부터가 두렵다. 내 몸을 보여주는 것, 그 자체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껴진다. 나를 보고 판단하거나 비난하면 어쩌지? 내 가슴이 작다고, 배가 살짝 접힌다고, 그런 걸로 웃음거리라도 되면?


이렇게 ‘옷을 벗는 것’부터 하드코어인데, 삽입이라는 행위까지 가는 건 거의 챌린지 수준이다. 과연 내가 정말 그것을 원하는 걸까?


지금 나는 전남편과의 긴 디톡스 작업을 겨우겨우 이어가고 있다. 온몸을 관통하던 그 익숙한 남자의 흔적을 지우고 있는 중이다. 그런 나에게 또 다른 페니스를 들여오는 게 맞는 일일까?


게다가 나는 아직도 전남편을 그리워하고 있다. 내 마음 한켠에 그가 남아있는 걸 분명히 아는데, 그런 상태에서 다른 남자와 자는 게 가능할까? 몸이, 그게 되긴 할까?


지금 나는 이 세계와 저 세계 사이에 어정쩡하게 끼어 있는 존재다.

섹스라는 단어 앞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과연 섹스를 즐겨본 적이 있긴 한가?”


20대의 섹스는 미숙했고, 언제나 임신에 대한 두려움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 사람을 좋아하긴 했지만, 생리가 하루라도 늦어지면 “아, 임신되면 인생 끝인데”라는 생각에 숨이 막혔다.


결혼 후의 섹스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었다. 임신이 되어야 한다는 목적 지향성. 배란일을 기준으로 일정을 짜고, 그날이 아니면 “뭐하러 해?”라는 분위기. 임신은 성공, 생리는 실패. 그 도식 안에서 나는 매달 패배자가 되었다.


이쯤 돌아보면 확실하다. 나는 섹스에서 쾌락도, 합일감도 느껴본 적 없다.

오히려 행위 도중에도 자의식에 시달렸다.

“내 가슴이 너무 작아서… 내가 뭔가를 잘 못해서…”

그래서 몸의 느낌에 집중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이건 내 이야기지만,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외국인 원어민 교사들과 이 주제로 꽤 자주 얘기하는데, 문화와 배경이 달라도 여자라는 성별 안에서 공유되는 감정들이 있다. 섹스는 의외로, 많은 여자에게 여전히 낯설고 불편한 영역이다.


지금 나는 성욕으로 미쳐 날뛰는 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마 당분간은 섹스를 못할 것 같다.

내가 준비되지 않은 걸, 나를 욕망하는 남자들 앞에서 정확하게 인식하게 된다.

이건 내가 ‘유교걸’이라서가 아니다. ‘여자는 정결해야지’, ‘섹스는 나쁜 거야’ 따위의 도덕 교육 탓도 아니다.


드디어 어떤 빈틈, 숨 쉴 틈, 생각할 여유가 생긴 나는 이제야 나 자신의 쾌락과 섹슈얼리티에 대해 탐구해보고 싶은 것이다.

그때까지는, 좀 괴롭더라도… 허벅지 찔러가며 버티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나는 안다.

내가 준비된 때를.

그리고 그때의 나는, 진짜 나일 것이다.


38살의 여자, 임신과 출산이라는 목적에서 해방된 몸, 이제는 나만의 섹슈얼리티와 에로티시즘을 탐험할 시간이다.

신나고, 좀… 흥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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