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확신

바다에서 홀로서기

by Tess


지난 금토일 이렇게 2박 3일동안 묵호로 여행을 다녀왔다. 이젠 당연해진 혼자 여행!!! 해외에 혼자 나가는 건, 자주 해봤는데 국내는 처음이라 두근두근했다. 내가 '쓸쓸한 여자/ 혼자인 사람'이란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싶어서....

그런데 괜한 걱정이었다. 정말 너무너무 야무지게 잘 즐기고 왔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자고 싶은 만큼 잤다. 옆에 짝꿍을 신경쓰지 않고, 구애받지 않고, 그때그때 결정을 내리고 여행지에 흠뻑 젖어있다 돌아왔다..


청량리에서 KTX를 타고 묵호역에 내린 뒤 렌트를 해서 다녔다. 오랜만에 하는 운전인데도, 너무 자연스럽게 잘하는 나를 보고 놀랐다. '그래.. 내가 21살때부터 운전한 여자였지. 내가 그렇게 화곡동 골목골목을 다니며, 과외하던 사람이었지'라는 인식이 들었다.


오로지 '바다'를 보러 간 것이기에 금,토,일 3일을 내내 바다에서 있었다. 서핑도 하고, 튜브를 타고 둥둥 떠있기도 하면서 그 웨이브와 햇볕 바닷바람에 온 몸을 적시고 또 적셨다. 도시생활에서 온 독소를 해독하기라도 하려는 듯이!!!


워낙에 순간순간에 몰입해서 그런가, 혼자 온 것에 대한 인지도 그런 시선도 느낄 수가 없었다. 해변에 파라솔 빌리고, 튜브빌려서 혼자 누워있는데도.. 말거는 건 동네 로컬 할아버지들 뿐 ㅋㅋㅋㅋㅋ


"혼자왔나봐? 예쁘네" 라면서 한 마디씩 던지는데, 그렇게 기분 나쁘지 않았다.


아! 밥은 주로 '피아노'라는 식당에서 해결했다. 가격대가 좀 있지만, 진짜 찐 이탈리안을 맛볼 수 있는 동해의 '피아노'란 레스토랑이다. 화덕피자도 예술이고, 저 성게알 파스타도 끝내줬다>< 이틀 연속으로 가서 먹음!


망상해수욕장의 뷰를 바라보면서 와인도 리몬첼로도 시켜서 홀짝홀짝 마시며 음식자체를 잘 즐겼다. 이때도 별로 외롭단 생각은 안했다. 흔히 바닷가에 왔으면 회를 먹어야된다, 해산물을 먹어야된다 하는데... 나는 그런 고정관념에서도 멀어져 내가 먹고 싶은 걸 잘 사먹었다. 이런것조차 자유더라.


전반적으로 해방감을 느끼다 온 여행이었다. '내가 이것도 할 수 있다고? 이렇게 자연스럽다고?' 하면서 말이다. 혼자 밥을 먹고, 차에 혼자 타 있는 것 모두가 다 자연스러워졌다. 해수욕까지 혼자 하는데, 연인 가족들이랑 온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크게 외롭지 않았다. 내가 원할 때까지 바다에 있어도 되는 자유와 해방감이 더 컸달까?


그러면서, 내가 전남편을 얼마나 도구적으로 봤는지 깨달았다. 나는 그를 '아빠가 해주지 못하는 것을 대신 해주는 사람'으로 봤었다. 그럴 때만 그란 존재가 유용했고 의미가 있었다. 그 외의 순간들에는 나는 당신을 참 무겁고 버거워했더라.

내가 원하는 곳을 내가 원하는 때에 데려올 수 있는 사람_ 그런 드라이버이자 가이드같은 사람일 때 당신에게 가장 고마워했더라.


그런 성찰을 하며, 무한한 해방감을 느끼는 나를 보고... "이게 내가 원했던 거구나. 혼자 가볼 수 있는 곳까지 가는 것이란 인지가 왔다. '너는 못해. 혼자는 못해. 누군가 있어야만 해. 그래야 완성되'라는 아비투스와 편견에서 벗어났다.


혼자 다 할 수 있더라. 동해라는 먼 곳(?)으로 바다를 보러 가는 것, 운전을 하는 것, 맛있는 걸 먹는 것, 해수욕까지 모두 다 야무지게 즐기며 살 수 있는 거더라.


해보지 않으면, 가보지 않으면 모른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내 한계가 무엇인지, 내 취향이 무엇인지.. 전부 다 알 수가 없다.


나는 그런 나를 보고 있다. 내가 나의 가장 큰 편이 되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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