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좀 알아줘’의 시대를 지나며…

침묵의 길로_

by Tess

묵호바다에서 충전 해 온 지 하루가 되지 않았는데, 아무 상의없이 '딸은 내 소유야, 보고싶으니까 갈거야' 라면서 들어온 부모에게 긁혔다. 이 상처를 회복하기도 전에, 직장에서 타인들의 욕망의 도구가 된 느낌을 받고 있다. 무지막지한 탐욕을 그것도 식탐을 부린 것은 저 쪽인데, 그 결과는 내가 다 받아 매일매일 일처리를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싸놓은 똥을 치우는 것도 화가 나지만, 지금 더 힘든 것은 인간에 대한 혐오이다. 저런 극강의 이기심, 탐욕 그러면서도 자기 상태를 모르는 무지, 떳떳하게 드러나는 식탐 등이 너무도 흉해서 인간 자체가 싫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억울함'이다. 억울하다라는 것이 이렇게 강력하고 한 맺히는 감정인지 몰랐다. 이 단어도 감정도 새롭게 배우고 있다.


그렇게 입다물고 일을 하고 있는데... 말하고 싶지 않은 욕구가 올라온다. 지금까지 나의 패턴은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여기 저기 연락하고 전화해서 '내가 이래! 이러이러한 일을 겪었어' 라면서 토로하고 또 토로했다.(아, 물론 이번에도 친구에게 엿같다면서 말을 하긴 했다) 이것이 풀릴 때 까지 말하고 또 말을 했다. '들어줘. 내 마음을 알아줘' 하면서... 이 사람에게 말하고 또 저 사람에게 말했다. 그렇게 반복의 반복을 했다.


그런데 이젠 이 말도 내가 어떤 상황인지 디테일하게 설명도 하기 싫더라. 이렇게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토로한 결과 '똥 치우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나의 행동에 대한 결과가 이거라니! 이런 인과관계가 보인다. 말이 전달되고 또 전달되면서 직장동료 W랑 관계도 끊어졌고, 식탐 많은 선생님이 횡령한 탄산수 260병도 내가 맡게 되었다. (애들은 먹지도 않는 걸 소진시켜야 함. 분리수거는 얼마나 나오는지!!!)


내가 그때 올라오는 억울함이든 분개함이든 그런 강한 감정을 갈무리하지 못하고, '억울해! 나 좀 알아죠!!!' 하면서 여기저기 분출하고 전달한 결과... 많은 똥폭탄을 처리하고 있다. 매우 버거워하면서 말이다.ㅠㅠ (물론 온전히 다 내 책임은 아니다. 중간에서 말을 전달한 사람이 너무도 무지하고 경솔했음)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 것인지는 언어화해서 알아주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못하고 '나 이래!!!'하면서 분출하는 건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 모두를 지치게 하는 일이 맞다. 감정을 알아주는 것과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은 굉장히 다르다는 것: 그 구분을 해야할 때가 왔다. 그걸 배워가야만 한다.


그래서 '침묵하고픈 욕망'이 올라오나보다. 감정이 지나가길 기다리기. 시간의 힘을 믿기. 그렇게 좀 가만히 있어보고 싶다. 다행히 주말 약속이 다 취소되었다. 적극적으로 혼자 있어보려고 한다. 이렇게 사람을 만나지 않고 조용히 침묵하며 내 공간에서 씻고 먹이려고 한다. 글밥이든 집밥이든 그 모든 것을 ^ ^


그 동안 나는 제대로 말하는 법을 모르는 채로 살았다. 내가 처하고 자라온 상황이 안전하게 내 생각, 내 감정, 내 감각을 언어화해서 말하게끔 두지 않았다. 그나마 이 블로그에 기록을 한 것으로 감정을 쏟아내는 일을 했지만... 이것이 '제대로/ 잘 말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그 동안의 침묵이 살기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어야만 했던 것이라면 지금 내가 선택한 침묵은 다르다. 이것은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말을 꺼내기 위한 숨고름의 시간이다.

이제는 내가 내 편이 되어서 말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배우고, 적당한 때에 발화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그 동안은 몰랐던 말하하는 법을 찾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젠 조잘거리고 싶지 않다. 충분히 했다.


*이 글은 누구를 해치거나 비난하려는 의도가 없으며, 오직 내 경험과 감정을 기록하기 위해 쓴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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