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쉐어링을 멈추며, 나에게 돌아오는 중

by Tess

요즘, 직장에서 감정이 불쑥 올라오는 순간들이 잦다. 사건 사고가 많기도 한데, 내가 의도하지 않은 일들을 뒤집어 쓴 경우가 많아서 힘들다. 그럴 때마다 'ㅅㅂ'이라고 조용히 되내이고 말았는데... 오늘 혼자 있어보니... 내가 인간혐오를 느낄 정도로 힘들었는지, 그 구도가 좀 보인다.

직장에 동갑내기 친구가 한 명 있다. 나처럼 이혼을 했고, 아이를 혼자 키우며 일하는 사람_ 비슷한 상황이라서, 우리는 특별한 관계라고 생각했다. 그 친구가 나를 엄청 잘 챙기기도 했다.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사이라고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친구에게 어떤 이야기만 털어놓으면 일이 커지는 거다. 직장에서 뭔가 아닌데? 싶어서 친구에게 털어놓은 고민은 즉, 화라던지 억울함이 섞인 내 감정은 그녀에게 전달되었다. 이를 받은 친구도 나의 감정에 전염이 된 것인지... 그 화를 못 이기고 곧장 부장님에게 보고했다.(일러받침...) 그리고 그 결과는 내가 다 감당하게 되었다. W사건도 그렇고 캠프를 맡은 선생님의 간식횡령사건도 그랬다. W는 나를 고자질쟁이로 생각해, 나와의 관계를 다 끊어냈고 매일 얼굴을 보는 사이인데 말 한마디 안하며 그 어색함과 불편함을 참고 있다. 간식횡령도 ㅋㅋㅋㅋㅋㅋ 선배 샘이 주문한 260병의 탄산수를 내가 아이들에게 '빌어가며' 소진시키고 있다. 이게 뭐하는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잼도 마찬가지... 할말하않이다. 음식갖고 이러는거 정말 유치해죽겟움)

'아 이게 사회생활이구나! 22명이 한 오피스에서 일하는 건 참 여러 사람의 이익과 이기심이 섞여 얽혀있는구나'를 진하게 배우고 있다.

어제도 그 친구는 "탄산수 그거 애들 안먹는다고 부장님한테 말해!"라면서 다른 사람의 실수이자 횡령을 부장님에게 말하라며 종용했다.

아 여기서 현타가 왔다!!!

"아, 너구나! 내가 요즘 인간이 혐오스러웠던 이유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인, 깊게 믿고 의지했던 친구인 너가 나를 이용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게 너무 엄마같아서!!!

그리고 "나구나! 누군가 윗사람이 혹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 문제를 해결해주길 하면서 바라고 있는 것. 그런 태도를 가진게 나구나!"

하면서 그녀에게서 엄마와 나 모두를 봤다.

자신과 어떤 관계도 없으면서,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그녀의 모습은 나의 깊숙한 '엄마라는 발작버튼'을 눌렀다. 자기가 좋을 대로 행동하면서, 나를 이용하는 모습_

나에게서 어떤 정보를 얻어내려는 모습_

그렇게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을 험하려는 모습_

그 익숙하고도 치가 떨리는 모습....

엄마가 나를 통해 아빠와 할머니의 뒷 정보를 캐려던 모습_

그러면서도 나라는 핑계를 대면서 아빠에게서 돈을 타는 모습_

이 모든 것이 다 불러일으켜졌다.

이게... 내가 애정을 가진 사람이어서 더 실망이 컸던 것 같다. 실제로 그 친구는 나에게 손편지와 함께 선물도 주고, 밖에서 따로 밥도 자주 먹던 그런 사이다.

하지만, 친밀함과는 별개로 나를 이용하도록 두면 안되겠다. 더이상 타인들의 욕망에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겠다. 이번에도 다행이다. 금방 알아차려서... 어쩐지 몇날 며칠이 찝찝하더리 ㅠ_ㅠ

나는 이번 일로 더 깊이 깨달았다. 내 감정은 내가 돌보고,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하며,

누구의 감정놀음에도 휘둘리지 않겠다고 말이다.

"내 감정은 내가 갈무리 해야한다" 친하다고 막무가내로 와구와구 털어놓기 전에, 내 안에서 먼저 다루고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그래서 다짐해본다. 나는 내 감정을 아무 데나 흘리지 않기로 했다.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오버쉐어링하지 않을 것이다.

오버쉐어링은 대부분 뒷담화로 흘러가고, 그건 나를 깎고, 상대도 깎고, 관계를 썩힌다. 나는 이제 그런 무리에서 나온다.

이건 내가 직접 부딪혀서 배운 귀한 교훈이다. 쓰라리게 하나 둘 씩 배워가고 있다.

이제는 안다.

특별한 관계라고 해서 모두에게 마음을 열 수는 없다는 것.

그리고 내가 진짜 원하는 인간관계는, 내 말을 책임 있게 들을 줄 아는 사람과의 단단한 연대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나하고(?) 섹스를 하고 다니는 것도 멈추기로 했다. 몸을 섞으니, 상대방이 자꾸만 나의 경계를 넘어오는데... 이 모든 것이 불쾌하고 불편하다. 욕구불만이었던 것도 어느정도 채워졌고.. 이젠 쾌락을 위해서 나를 나눠주고 싶지 않다. 그 동안 잘 놀았다! ㅋㅋㅋㅋㅋ(아 물론 언제 또 다른 모드로 전환될 지는 모른다. 억압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 ^)

더이상 나는 휘둘리지 않는다. 나는 나의 경계를 바짝 세우고 지킨다. 나의 중심으로 돌아온다. 지금 내가 그런 것처럼^ ^


*이 글은 누구를 해치거나 비난하려는 의도가 없으며, 오직 내 경험과 감정을 기록하기 위해 쓴 글임을 밝힙니다

이전 20화‘나 좀 알아줘’의 시대를 지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