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를 통해 기호들 해석하기
결국 찾아갔다. 한티역에 있는 '선경한의원'으로... 이 곳은 엄마 친구분이 하시는 곳으로, 추나치료와 약침(특히 봉침:염증에 직방임)으로 유명하다. 내가 0세때부터 차트 기록이 있는 주치의 선생님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방광염이 심해지고, 약을 먹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길래.. 지난 토요일 기어서 치료를 받으러 갔고, 한 소리를 들었다. 너무 늦게왔다면서... 다치자마자 왔었어야 한다고_
경추가 뒤틀려 왼쪽 편두통도 심했을 것이고, 이것이 어디와 연결되어 상열이 떠서 두피의 간지러움과 종기같은 뾰루지도 낫을거라고 얘기하시는데.. 전부다 내가 겪고 있는 증상이었다. 흉추같은 경우에는 지그재그로 뒤틀려 있어서, 숨이 안쉬어지고 소화장애도 심했을거라고 하시는데 진짜였다. 급체로 응급실까지 가지 않았던가! 하지만 생각을 해보니... 체하기 전에도 나는 학교에서 답답하다며 브래지어를 막 가위로 잘랐었다. 급체 전에 계속해서 몸의 기능이 떨어진다며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거다.
가장 문제가 되는 방광염은 한의학적으로 이야기하면 "상초에 허열이 뜨고, 그 결과 하초에 냉증이 생겨서 그런 것"이었다. 상초에 허열이 생긴 이유는 무리해서라고... 나는 원래 몸에 신수(진액+혈액)이 부족한 타입인데, 무리하면 저 진액이 다 말라 타버린다. 그래서 목-편도쪽이 부어 염증이 생겨 까끌거리는 반응이 온다. 이렇게 위로 열이 뜨는만큼 아랫쪽으로는 냉증이 생겨 자궁, 방광쪽이 차가워진다.
생각해보니, 나의 이 냉증은 제법 오래되었다. 콧물같은 하얀 냉이 3달정도 나왔지만, 가렵지도 않고 그럭저럭 살만 하길래.. 그냥 조기폐경의 한 증상인 줄 알고 넘겨왔었다. 이게 지금은 갈만큼 가서, 요독까지 만들어 내 심한 방광염 증상을 일으키고 있다.
어쩐지.. 아무리 산부인과랑 비뇨기과에서 균검사를 해도 나오질 않는거다. 그러니 나의 염증은 외부에서 침입된 균에 의한 것이 아니라, 생리적/몸 안에서 일어난 일이다. 허열이 뜬 만큼 밑으로 나오는 것. 그만큼 내가 무리하고 또 무리했다라는 증거다.
아효.......... 내 몸이 이 지경이라니! 내가 이 정도로 몸이 주는 신호들(가슴이 답답해서 브래지어 자른 것, 크로아티아에서도 내내 소화가 안되었던 것, 거기서도 소변볼 때 좀 힘들었던 것, 수면장애문제, 제법 오래 된 냉증까지)을 '어쩔 수 없는거야. 늙고있나봐'하면서 넘겼다는 것이 보인다. 허허....
하긴... 이혼하면서, 취업, 이사, 변호사 상담, 재무상담 등을 받은 굵직한 일 말고도 나는 얼마나 나를 '해내야 해. 힘들어도 해야해'하면서 푸시했던가! 한 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그 혼자 있는 시간을, 그렇게 마주하는 시간을 견딜 수가 없어서 수업듣고, 명상공부하고, 사람들 만나러 나가고, 책보고, 달리기를 하는 등 난리를 쳤다.
올해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공개수업끝나고 편도염으로 그 고생을 했지만 또 출근을 하고, 영어캠프까지 다 하고, 바로 크로아티아갔다가 다녀와서 하루도 안쉬고 출근! 하고 싶은 것 혹은 해야하는 것을 한다면서 나에게 어떤 '쉼과 휴식'도 허용하지 못했다.
이젠 정말 쉬고 싶다.... ㅋㅋㅋㅋㅋㅋ 쉬어야만 할 것 같다. 퀄리티있는 휴식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고민해봐야겠지만 ^ ^ 좀 나를 가만히 두고싶다.
이 와중에 ㅋㅋㅋ 출근해서 이정우 선생님의 들뢰즈 강의를 들었다.(오늘 4학년 소풍가서 시간이 좀 널널했움)
어두운 전조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이게 참 어려웠다. 전조는 전치와 위장을 통해서 온다는 말이... 도대체 뭔소리고?! 싶어서 chat gpt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전치는 자리를 바꾼다는 의미로 사건의 신호를 뜻한다. 다른 자리에서 나타난 징후를 통해 차이를 감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위장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에 그 사건을 해석해서 넘어가야만 한다는 특징이 있다.
아! 이거구나. 내 몸이 주는 신호들은 자리를 바꿔가면서 위장한 채로 전조를 보여주고 있었다. '너는 무리중이야'라는 말을 두피의 염증으로, 가슴의 답답함으로, 소화가 안되는 증상으로, 소변을 볼 때 찌릿한 느낌으로, 수면의 질이 똥망인 것 등으로 보여주고 있었는데... 나는 이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다.
그러다 터덜터덜 걸어가던 출근길 계단에서 쾅하고 미끄러진 덕분에, 그 신호들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게 되었다. '아 내가 이렇게까지 몸의 기능이 떨어진 상태구나... 그 어느때보다 회복을 해야하는구나...'라면서 말이다.
어두운 전조(차이를 만들어내는 차이)가 전치와 위장을 통해서 온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너무 와닿는다. 그리고 그 신호들을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도!!! 사람이 생각하는 길로만 가기때문에, 그 관성의 영향으로라도 다른 쪽으로 혹은 새로운 쪽의 가능성을 떠올리기가 참 어렵다. 나도 몸이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배웠음에도 막상 오줌 못사고, 화끈 거리고 하니까 다 따로따로 병원을 찾아가게 되었다.
'하.. 질염인가?'해서 산부인과
이래도 안낫는데? 해서 비뇨기과
꼬리뼈는 정형외과
이러면서 난리를 쳐대지 않았는가?!?! 정작 원인은 너무도 무리함에서 온 몸살이었는데 말이다. 어쩐지 마음이 그렇게 쉬고 싶더라니.... 2학기때 그만두지 않은 것이 너무도 후회가 되더라니....
정말 몸과 마음은 찐찐 연결되어있다.
그럼에도 '내가 계약한 거니까.. 책임을 져야지. 사람이 일을 해야지'하면서 매일같이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을 하고 있지만, 쉼이 필요한 것은 확실하다. 힘들고 고되다. 매일, 매 순간을 버티고 있달까?
들뢰즈가 이야기하는 도덕은 '이건 옳고, 저건 그르다'라는 외부기준에 사는 것이 아니다. 그가 이야기하는 윤리는 '어떻게 하면 내가 살아가는 힘(능력, 잠재력)을 더 크게 할 수 있는가? 하면서 삶의 힘을 증대시키는 방식으로 나를 배열하는 것이다. 나는 준비가 되었다. 일을 멈출 준비를_ 누군가에게(특히 아부지) 인정을 받기 위해, 일을 하며 나를 갈아넣는 것을 멈출 준비를_ 사회의 시선으로 인해 '노동력을 제공하고 월급을 받는 것이 떳떳한 삶이지'라면서 나를 몰아넣는 것을 멈출 준비가 너무도 되었다.
이젠 직장이란 방어막이 없어도 내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그 정도는 중심을 잡을 정도로 단단해졌다.
오늘은 이 어두운 전조를 읽어냈다. 당분간은 입을 닫고, 약을 먹으며 보강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