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기는 중...

꼬리뼈 부상!!!

by Tess

하, 어제 출근길에 넘어진 것이 심상치 않다. 꼬리뼈 끝, 미추에 심한 타박상을 입었다. 미세골절수준인데.. 어떻냐면 화장실을 가는게 무서울 정도_

그저께 응급실에서 누워만 있는 노인들 어떻게 하냐라면서 판단질을 하던 나였는데, 이제 내가 그 꼴이다. 아니, 나는 반듯하게 눕지도 못함. 일단 옆으로 누워야하는데, 그것도 잘 안된다. 그래서 밤새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일때마다 입밖으로 '억'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워했다.

조퇴까이고 겨우 간 한의원에서 엎드려서 침을 맞는데 그렇게 눈물이 나는 거다. '그 어느 때보다 지금 보호자 혹은 간병인이 필요한 때 같은데, 나는 아무도 없어...'하면서 자기 설움에 북받혀서 울고 또 울었다. 울다가도 또 이런 내가 웃겨서 피식 웃고, 정말 미친년 날뛰기하듯 감정의 오르내림을 겪은 듯...

그 후엔, 정형외과가서 X-ray를 찍고 물리치료를 받고 화로구이집에 가서 저녁을 사먹었다. 속이 메스껍고 이걸 떠나서 일단 좋은 걸 먹어야겠다는 생각이었음! 그래서 위장약을 먹고 삼겹살에 와인도 시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진짜 잘한 선택인게, 약간의 마취/진통효과가 있어서 집에 돌아와서 쌓인 분리수거를 할 수 있엇움.

진짜 차에 치인 것 마냥, 갈비뼈, 복근, 흉쇄유돌근(이건 넘어졌다가 일어나려고 고개를 들다 생긴 일인듯..), 손목, 발목 심지어 치아까지 다 아픈데... 집이 지저분하고 쓰레기가 쌓인 건 보기 싫어서 저건 나가서 버렸다. 대단!!!

그러면서 전남편 생각을 엄청했다. 사실 지금 만나고 있는 파트너가 적당한 거리에서 걱정도 해주고, 호감도 표현하는데... 그래서 나도 좋은데... 이런 순간엔 언제나 너더라. 너는 내가 얼마나 너를 그리워하는지 알까? 하다가 나도 너를 이 정도로 생각하는지 몰랐어 하면서 울었다. 전화해서... '나 다쳤어' 하면서 엉엉 울고싶은 걸 참았다. 이걸 핑계로 한 번만 목소리를 들으면 안될까? 하는걸 저항하면서 펑펑 울었다. 그 고비를 넘기니 이성이 돌아오더라_

내가 찾고 있는건 환상의 대상이라는거.... 그게 보였다.

"지금인가? 지금이 엄마를 부를 타이밍인가? 며칠만 와서 나를 좀 봐달라고 할까?" 하면서 어떤 대상을 찾는 거_ 근데 막상 엄마를 부르면, 보호자가 아닌 내가 보호를 해줘야하는 어린아이가 온다. 그게 엄마의 실체다. 나는 지금 그런 엄마를 대할 에너지가 없다.

전남편도 마찬가지다. 엉엉 울면서 전화하면 그가 받아줄까? (잘사는) 부모의 배경이 없는 희연은 필요없다고 가버린 사람이다. 근데 그에게 전화해서 '나 심하게 다쳤어...'하면, 걱정이라도 할 사람같은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결혼생활 중에도 다친 나에게 '조심 좀 하지 그랬냐'라는 말을 더 하던 사람이다. 이게 그 사람의 실체다.

그럼 내가 찾고 있는 대상은 모두 허상의 것이다. '히연이만 우쭈쭈 해주고, 히연이가 바라는대로 다 들어주고, 온갖 관심과 무조건적인 사랑을 퍼부어주는 대상' 그것을 바라고 찾고 있는 것이다. 이건 아마 내 큰 결핍에서 온 것일 거다. 단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는 그 커다란 구멍(아, 또 '나의 해방일지' 생각나네) 이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엄마나 전남편을 찾고 부르면(실제로 실행으로 옮기면), 나는 또 실망하고 탓하고 상처를 입게 되겠지_

내가 찾는 대상은 내가 원하는, 원하는대로만 해주는 허상이라는 것 그걸 알아차리니 좀 덜 흔들린다.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지금은 몸을 회복하고 푹 쉬어야 할 때_ 지친 나의 몸과 마음을 잘 다독거려야 할 때라는 것을... 휴식이라고 별 다른게 없다. 이렇게 알아차린 만큼 글쓰고, 좀 챙겨먹고, 여기 저기 좀 징징거리고 ㅎㅎ 그러는거다.

이런 와중에도 또 인복이라고 느껴지는 것이... 베프 한의사의 동기가 하는 곳이 집근처다! 거기서 매우 친절한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친구가 면밀히 상태를 살펴준다.(심지어 와준다는 사람까지!!!) 조퇴를 까고 병원에 못 가게 한 부장조차 고맙다. 덕분에 이 학교에서 일하려는 마음이 뚝 떨어졌다. 미련없이 그만둘 수 있을 듯 ㅎㅎ

진짜 쉬고싶었는데, 쉴 기회가 왔다. 다행이다. 학생들을 생각하면 찜찜하지만, 며칠만 다른 샘들과 수업하면서 있어주길... 내가 일단 화장실은 좀 갈 수 있어야 출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 요 며칠_ 신체의 내/외부 기능이 와장창 떨어지는 걸 겪으며, 바닥을 기고 있다. '이것도 나쁜데.. 여기보다 더 최악이 있다니!'하면서 추락중이다. 그런데 나쁘지 않다! 이런 순간, 내 특유의 낙천성이 나오는 것 같다(나 에니어그램 7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겪으면서 갈 거다. 나는 이 시험을 또 여러 번이고 치뤄낼 것이고, 그때마다 나는 탈피하겠지.

부숴지고 있는 나는 아름답고 강해. 예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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